"아이템 현금거래 더 못참아"

엔씨소프트, 근절 대책 입법청원서 제출

엔씨소프트가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근절을 위한 입법청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엔씨소프트는 문화관광부에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 줄 것을 제안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도 아이템 중개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제안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게임업체와 아이템 거래 중개업체의 입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게임 커뮤니티들도 입장에 따라 찬반논쟁에 가세한 상황이어서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는 ‘뜨가운 감자’가 된지 오래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입법 청원은 일단 그동안 미뤄왔던 ‘뜨거운 감자’에 대한 처리에 비로소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편법’과 ‘반칙’=엔씨소프트의 논리는 아이템 현금 거래가 게임의 사행성을 조장하고 나아가 범죄를 유발한다는 것. 또 게임저작권자의 권리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이템베이 등 아이템 거래 중개사이트에 대해서도 ‘온라인게임의 환금성이 보장되면서 게임문화 자체가 변질되고 있다’며 ‘현금거래 규모도 게임산업 전반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러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게임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새로운 체험”이라면서 “이러한 체험은 아이템 현금 거래와 같은 편법과 반칙이 없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부추기지 않았나=엔씨소프트의 이번 청원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한 유저는 “아이템 현금 거래 때문에 ‘리니지’에서 유저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입법청원 취지에 동감하지만 현금거래가 너무 광범위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저는 “지난 7년동안 현금거래로 ‘리니지’서비스가 운영됐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엔씨가 이번 행동에 나선것 자체가 코미디다”고 말했다.

 ‘안티엔씨소프트’ 단체인 ‘온라인 소비자 연대’ 운영자는 아이템 현금 거래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뒤 “레벨에 관계없이 착용가능한 아이템과 장비만 좋으면 게임을 잘 할 수 있는 수직적 게임구조와 허술한 실명관리, 무료 계정 배포 등이 현금거래를 부추겨 왔다”라고 지적하고 “게임 수정없이는 현금 거래 근절은 어렵다”며 ‘선수정 후규제’ 를 주장했다.

 최대 아이템 거래업체인 아이템베이 측은 인기 개그맨 강호동씨를 홍보이사로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이미지 개선 작업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현금 거래에 대해서 사이버 경제 시스템의 초기단계로 보자는 학계 입장도 적지 않다”며 아이템 거래 중개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정부 ‘무대책’으로 일관=아이템 현금 거래는 그동안 수십 차례 업계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주무부처인 문화부 등 당국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빈축을 사고 있다. 문화부는 당초 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한 대규모 실태 조사 결과를 올 초에 내놓기로 하고도, 조사 설계 미비 등의 이유로 발표를 미루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최근 아이템베이와의 법적 소송에서 치밀한 준비없이 임했다가 패소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한 관계자는 “6월 경 철저한 실태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아이템 현금 거래 문제가 법적, 제도적으로 얽힌 문제가 워낙 복잡다단해 단기간 내 결과 도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