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소재 부품은 국내 자동차·조선·가전·IT산업 등에서 제품의 구성상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분야로써 부품 소재들의 품질과 원가는 완성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요소다. 일본이 최근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것도 전통 주력산업이 우수한 경쟁력을 유지해온데 기인하고 있으며 그 근원은 각 요소 부품들의 막강한 기술력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몇 년전 국내 자동차회사에서 미국에 수출중인 자동차의 트랜스미션에 주물과 관련된 기포결함이 발견되 주행중에 기름이 누수됨으로써 관련 차종을 리콜한 적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긴급히 평상시 가격의 몇 배로 고가의 금형을 수입, 대처해야 했다. 기포결함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과학적인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의 부족이 원인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인 휴대폰이나 디지털TV 또는 MP3플레이어 등은 신모델의 주기가 매우 짧고 제품의 형상이 매번 바뀌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케이싱이 제품 경쟁력과 직결된다. 케이싱은 알루미늄·마그네슘 등의 경량소재로 판재성형이나 주조 등을 통해 제작된다. 이때 제품의 단가를 좌우하는 것은 제품불량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 하기위한 최적화된 금형의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이다.
한 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데 배의 동력을 담당하고 있는 엔진부분은 모두 철강을 소재로 단조·주조 및 기계가공에 의해 제작되며 엔진블록이 취약하면 배가 항해중에 엔진파손의 치명적인 사고를 내,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따라서 고출력의 선박일수록 실린더 헤드와 같은 중요 부품을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 수입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부품의 생산기술의 핵심도 역시 설계부터 양산까지를 최적화 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이다.
이 같이 종래의 노동집약적 생산시스템에서 벗어나 제품의 신뢰도 및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본 등 선진국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학화된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는 것이 특히 중소생산업체들에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 태국 방콕에 신공항을 건설하는데 사용되는 수백만달러 상당의 구조물용 주강품 소재 입찰에 한국의 한 중소업체가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 건설사업은 일본자금으로 추진되는 것이었고 한국업체는 일본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했다. 결과는 한국업체가 일본업체들을 물리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한국업체는 구조해석을 통한 제품설계와 생산방안설계 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사전 수행한 결과를 첨부해 제출함으로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받았으며 이것이 낙찰되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
이러한 사실은 향후 우리나라 소재 및 부품산업이 나가야 할 바를 자명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곧 과거에 경험위주의 기술로부터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최초 설계단계부터 양산공정에 이르기까지 생산공정을 최적화하는 토털개념의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이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 줄 수 있다. 선진국과 우리나라와의 기술력의 차이는 바로 이러한 설계기술에서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첨단 설계기술을 주조·금형·단조 등 금속소재 가공분야에 융합시키는 활발한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으며 중소기업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 해석기능과 통합시켜 컴퓨터 스스로 최적화설계를 함으로써 고급전문인력의 부족을 대체해 나가려는 시도도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향후 이러한 시도들이 더욱 체계화되고 모든 분야에서 다양하게 추진되어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적 기술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군이 늘어남으로써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 선진국 사이에 서있는 우리의 기술위기를 극복하고 선진화로 도약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정길 생산기술연구원 신소재개발본부장 cjk@ki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