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봄기운 `완연`

상장 150대 기업 작년 대부분 순이익

실리콘밸리내 기업들이 오랜 부진에서 탈피해 지난 해 3년만에 흑자로 돌아선데 이어 올해도 이같은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세계 하이테크의 중심지 실리콘밸리 소재 상장회사 중 150개 업체들이 지난 해 전체적으로 순익을 냈다. 이들 기업이 평균적으로 흑자를 올린 것은 지난 2000년 닷컴 전성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산호세 머큐리 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실리콘밸리 150개 상장사 순위인 ‘실리콘밸리 150(SV 150)’의 수치들은 지난 몇 년과 비교할 때 희망적이다.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 11% 가까이 증가해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실질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2001년 경기 침체기에는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의 매출이 머큐리뉴스가 지난 85년 SV150을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SV150의 지난 2002년 매출은 5.5% 증가했으나 이는 주로 휴렛패커드(HP)의 컴팩 인수에 따른 것일 뿐 대다수 기업들의 매출은 실질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해에는 SV150의 매출이 4개 업체 중 3개 꼴로 늘어났다.지난 2002년의 경우 이 비율은 절반에 불과했다.닷컴 전성기인 지난 2000년엔 SV150 가운데 매출 성장을 보인 기업 비중이 무려 90%에 달했다.SV150 중 61%인 91개 업체가 지난 해 순익을 냈다.이는 닷컴 붕괴 최악의 해인 지난 2001년의 36%와 지난 2002년의 47%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실적이다.물론 지난 해도 출발은 불안했다.

이라크 전쟁이 임박하면서 SV150의 1분기 매출은 전년 4분기 대비 1.1% 줄어들었고 2분기 매출은 0.3% 추가 하락했다.그러나 3분기 매출은 바닥을 찍고 늘어나기 시작해 10%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이는 20년 만에 최고 증가율 8.2%를 기록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성장 덕분이었다.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의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6.7% 추가 성장해 지난 2000년 이후 분기 매출로선 최고의 성장율을 기록했다. SV150의 시가 총액은 1년 동안 64% 상승, 1조 달러에 육박했다. 그래도 이 수치는 SV150 시가 총액 종전 최고 기록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HP,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등 대형업체들이 매출과 순익 양쪽에서 정상에 올랐다.이들 기업의 성장은 실리콘밸리의 차세대 기술인 가전 덕분이었다. 기업들은 지난 해 제품 및 기술 투자에 인색해졌지만 소비자들은 DVD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다운로드하며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데 기꺼이 돈을 썼다.

캠벨 소재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의 팀 바자린 사장은 “마침내 디지털 가전 시대가 도래했다”며 “지난 해 드디어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보다 많이 팔렸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카메라에 들어가는 메모리 카드로 유명한 샌디스크도 매출 99% 성장과 순익 1억 7000만 달러를 공시했다.매출 성장률 상위 10개 업체들은 지난 해 전체적으로 9억1370만 달러의 순익을 내 지난 2002년의 순익 2억4170만 달러 대비 279%의 높은 성장율을 보였다. 샌디스크 엘리 하라리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0년대 말 하이테크 산업의 원동력이었던 PC가 이제 성숙돼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휴대폰이 가장 두드러진다”며 “휴대폰은 앞으로 3∼5년 내에 단순한 통신기기 차원을 넘어 가전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