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휴대폰 제조사나 모바일 OS업체들에게 휘둘릴 수 없다.”
유럽의 5개 메이저 이통업체들이 휴대폰 단말기, 모바일 OS회사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포럼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보다폰(영국)과 T-모바일(독일), TIM(이탈리아), 오렌지(프랑스), 텔레포니카(스페인) 등이 참여하는 이 국제포럼은 조직력을 앞세워 단말기 구매와 개발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 향후 통신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럽이통업계 국제포럼의 등장은 노키아, 모토로라 등 단말기업체가 최신 휴대폰 기종을 개발할 때 이동통신업체들의 세세한 요구사항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유럽의 5개 이통사는 또한 심비안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OS시장 독점에 맞서 독자적인 차세대 OS개발도 추진하고 있다.이 신문은 현재 휴대폰 OS개발업체인 사바제 테크놀러지가 유럽이통업체들의 유력한 OS파트너로 거론되는 중이며 독자규격의 OS개발이 성사될 경우 세계 모바일 OS시장의 판도는 크게 바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통서비스업체들이 전례없이 하나로 뭉치게 된 배경은 지난해 3세대 단말기의 납기지연에 따른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휴대폰 제조업체를 상대로 단합된 힘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내부의 공감대 때문이다. 또 수익성 높은 모바일OS시장을 심비안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식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고 여러 회사가 휴대폰 물량을 공동 구매할 경우 비용절감효과가 큰 것도 원인이다.
지난달에는 T-모바일과 TIM, 오렌지, 텔레포니카 4개사가 선두업체 보다폰에 대항하기 위해 ‘프리무브(Freemove)’란 동맹체제를 결성한 바 있다. 이들 회사는 지멘스와 모토로라에 약 600만대의 휴대폰 기기를 한꺼번에 주문해 10%의 비용절감효과를 거두는 등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결국 유럽 1위인 보다폰도 또 하나의 국제포럼을 만들어 유럽 이통서비스사의 연합전선에 합류하게 된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형 이통서비스업체들의 연합전선이 외형상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 같지만 각 이통사가 추구하는 시장목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공조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