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기술 변천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1세대, 2세대 하는 식의 세대 구분이다. 세대 구분에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가장 보편적인 게 기억회로장치다. 기억회로로 진공관을 사용한 것이 1세대 컴퓨터다. 1946년에 발표된 ‘에니악’이 그 원조다. 하지만 진공관은 전력소비가 엄청나고 부피도 커 회로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진공관을 1대1로 대체한 것이 고체소자인 트랜지스터다. 트랜지스터를 채택한 2세대 컴퓨터는 1958년 스페리랜드가 발표한 ‘USSC’가 시발점이다.
타자기를 만들던 IBM이 컴퓨터회사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2세대 컴퓨터 개발에 뛰어들면서다. IBM은 ‘USSC’와 비슷한 시기에 ‘IBM709’를 발표하며 세계적으로 열 개 미만이던 컴퓨터 제조회사 대열에 가세하게 된다. 경제기획원이 1967년에 도입한 우리나라 1호 컴퓨터 ‘IBM1401’도 컴퓨터 개발에 막 물이 오르던 1959년에 발표한 제품이다.
그러나 사실 2세대 컴퓨터는 1세대에 비해 소비전력과 덩치만 줄였지 획기적 성능 개선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이럴 즈음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100여개의 트랜지스터와 콘덴서 등을 하나로 묶은 집적회로(IC)를 완성해낸다. 사실상 무한대의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가능한 집적회로의 발명은 컴퓨터 설계의 혁명을 예고해주는 사건이었다.
이 집적회로를 채택한 것이 3세대 컴퓨터다. 첫 3세대 컴퓨터는 2세대에서 충분한 워밍업을 했던 IBM에 의해 개발됐다. 이게 바로 1964년에 발표된 ‘시스템/360’이다. ‘시스템/360’은 아키텍처 설계 때부터 집적회로 기반의 컴퓨터가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내장시킨 모델이다. 실제 ‘시스템/360’에 적용된 3세대 컴퓨터 설계사상은 오늘날까지도 그 큰 틀이 변하지 않고 있다. IBM이 세계 최고의 컴퓨터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튼튼한 기초가 있었기 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시스템/360’의 탄생이 벌써 40주년을 맞았다는 보도다. 90년대 이후 컴퓨터 시장의 주도권을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넘겨준 IBM으로서는 ‘시스템/360’ 탄생 40주년을 맞이하는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