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털업계의 `최선의 노력`

“현행법과 자체 기준에 따라 심의를 하지만 인터넷상의 유해 콘텐츠를 100% 걸러낸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포털 업체들이 자사 사이트에 올라온 유해 콘텐츠로 인한 사건·사고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하는 말이다. ‘최선의 노력’은 다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니 한편으로 이해를 바란다는 것이다. 인터넷 인구 3000만명 가운데 과연 누가, 언제, 어디에서 자살을 부추기는 글을 쓰는지, 불법 음란물을 올리는지 발견하기란 24시간 자사 사이트를 뒤져도 다 파악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국내 유명 포털에 등록된 성인 사이트의 현황을 취재하면서 업체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그 말에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취재대상이던 유명 포털 업체들 모두 “법을 숙지하고 있으며 자체 심의기준에 따라 성인 사이트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너무 달랐다.

 공정거래법은 물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는 사이트가 부지기수였다. 성인 사이트들의 첫 페이지만 조사했을 뿐인데 이 정도이니 그 속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과연 어떨지 짐작된다.

 “등록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등록 후 사이트 운영자쪽에서 콘텐츠 등을 변경하는 사례가 있다”는 한 포털업체 관계자의 말처럼 1주일 남짓한 조사기간 중, 포털업체들 몰래 성인 사이트 운영사쪽에서 불법이 될 만한 행위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포털업체 역시 이 기간 중에 심의를 하지 않아 문제가 있는 사이트를 발견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포털 업체들이 1주일간 심의에 손을 놓고 있었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대개 한 포털 사이트에 하루 수백만명이 접속하는데 이를 간과하고 모니터링을 게을리했다면 이는 포털 업체들이 말하는 ‘최선의 노력’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포털 업체들이 ‘유해 콘텐츠 차단이 100% 불가능하다’는 말에 기대어 안이하게 대응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디지털문화부·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