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인터넷 포털에 등록돼 있는 성인물사이트 10곳 중 9곳이 불법이나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어떤 사이트는 아예 성인 인증장치가 없는 등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 같은 포털들의 등록사이트에 대한 부실 관리는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의 성범죄를 조장하고 사회 기강 문란 등 여러 가지 심각한 병리현상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본지가 이번에 1주일간 집중 조사한 포털들은 접속률이 우리나라에서 5위권에 드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터넷 미디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낳게 한다. 사실 이들 포털은 그 동안 사회적 공기로서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을 주도하고 네티즌에게 각종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 순기능적인 측면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볼 때 광고 수익에만 눈이 어두워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외면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이에 따른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최근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잇따른 동반자살이 일으킨 파문을 볼 때, 사회에 해악을 끼칠 우려가 있는 사이트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물론 포털업체가 현행법과 자체 관리기준에 맞춰 나름대로 강도 높게 심의한다 하더라도 유해사이트와 커뮤니티를 완벽하게 걸러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독버섯처럼 생겨나는 성인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감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대부분의 포털 검색창에 ‘성인’이라는 단어만 치면 19세 이상의 성인들만 접근할 수 있는 성인사이트의 이름이 나타난다. 물론 법에 적시한 대로 ‘19세 이상’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어 겉보기엔 청소년이 접근할 수 없도록 장치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들을 클릭하면 곧바로 맛보기 음란 영상은 물론 자극적인 성적 표현을 담은 글귀가 가득한 성인사이트로 접속된다.
심지어 어떤 사이트는 성인 인증장치가 없거나 ‘19세 미만 나가기’를 눌러도 빠져나가기는커녕, 곧바로 다른 음란사이트로 연결이 되거나 아예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든 것들도 많다.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는 것을 보면 포털들이 광고주인 성인사이트들의 불법과 편법을 눈감아주고 있거나 심지어는 방조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포털업체들이 “사전에 유해여부를 철저히 감시하지만 등록 후 운영자들이 멋대로 사이트를 재구성하거나 콘텐츠를 변경하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이들 업체가 얼마나 성인사이트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직권으로 유해사이트 등록을 해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공정거래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는 사이트가 한 눈에 봐도 부지기수인 것이 엄연한 현실임에도 이에 대한 관리를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기대고 있는 업체에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회를 병들게 하고 청소년의 성범죄를 조장하는 독버섯 같은 불법 유해사이트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와 단체 그리고 사용자들이 모두 나서야 한다. 사회에 해악을 주는 유해정보를 제공하는 광고나 서비스 행위에 대해서도 벌칙을 강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차제에 유해사이트를 뿌리 뽑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