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명실상부한 ‘초일류기업’이 되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만 4조원대를 기록했다. 인텔, IBM, 노키아 등 IT분야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을 월등한 차이로 제친 것이다. 또 미국 제조업의 간판스타 GE의 기록에도 근접하기에 이르렀다. 영업이익으로 본다면 IT제조업체 중 세계 1위다. 초일류기업의 반열에 당당하게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영광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앞으로 10년 후에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한 덕택이다.
지난 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이 나오지 않았다면, 과연 오늘날의 성과가 가능했을까.
10년 후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이 물음은 여전히 계속돼야 할 숙명 같은 화두다.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의 경쟁력은 모든 면에서 추락하기 시작할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국책 IT사업으로 ‘839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은 바로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지금은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자동차, 선박 등 5가지 아이템이 수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이 앞으로 10년 이후까지 우리를 계속 먹여 살릴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또한 주력 수출품목 업종의 경기가 하락하면 전체 경기가 급속히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5대 품목의 ‘편중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과거 60년대 철광석·중석·생사·무연탄·오징어·활선어·흑연·합판·미곡·돼지털 순으로 10대 수출상품이 채워졌던 시절에서, 섬유·의류 가공산업을 거쳐 지금의 반도체까지 우리를 먹여 살린 품목은 계속 변화해 왔다. 바로 지금이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업그레이드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 필요한 때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차원에서 ‘839 프로젝트’는 △전자태그(RFID), 텔레매틱스, 홈네트워크 등 8대 서비스 △통신·방송·인터넷망을 하나로 합친 광대역 통합망, IPv6 등 3대 인프라 △손목시계형 차세대 PC, 지능형 로봇 등 9대 신기술·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우리 산업과 기업을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바꾸는 새로운 성장 엔진들이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말대로, 이 프로젝트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향후 10년 내에 111조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예상돼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이 기대된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세계 1등 상품을 200개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류상품 수는 10년 동안 줄곧 감소해왔다. 지난 94년 82개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53개까지 줄었다. 반면 중국은 94년 383개에서 2001년 753개로 급상승하며, 우리와의 격차를 14배 이상 벌려놓았다. 정말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선진국들과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이른바 ‘BRICs’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839 프로젝트’의 실현은 필수적인 사안이다. 전자·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4대 산업이 제조업의 80%를 차지하는 현재의 산업구조로는 소득 2만달러 국가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벌써 9년째 ‘마의 1만달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강중국(强中國)이 될 수도, 남미형 후진국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일반 국민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급변하는 세계시장 변화와 경제전쟁의 바람 속에서 국민 각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경쟁력 향상을 위해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반도가 동북아 경제중심이 돼도, 국민이 핵심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나라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 경쟁력이 있어야만 초일류국가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