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상징 쿠마 CA 회장 낙마

회계 부정과 관련돼 있다는 혐의를 받아온 산제이 쿠마 컴퓨터어소시에이츠인터내셔널(C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끝내 낙마했다.

 1962년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14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그는 25살 때 CA에 입사,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매출 31억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에 이어 미국내 4위 소프트웨어 기업인 CA의 향후 제품 및 전략에 쿠마의 사임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왜 물러났나= 21일(미국 시각)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CA는 쿠마 회장 겸 CEO가 회사의 회계 부정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회장과 CEO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쿠마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처럼 새로 신설된 최고소프트웨어아키텍트라는 직책을 맡아 계속 CA에 남아 있을 예정이다.

 지난 2000년 8월 CEO에, 그리고 이보다 2년 후인 2002년에 회장까지 오른 쿠마는 지난 2000년 회기에 벌어진 10억달러 상당의 회계 부정과 관련돼 있다는 혐의를 미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받아 왔다. 그는 4년동안 CEO로 있으면서 CA와 고객간의 신뢰를 회복시켰으며 또 CA 주가를 올려 놓아서 CA 안팎에서 큰 신망을 받아왔다. 하지만 미연방 당국이 쿠마가 회계 부정과 관련돼 있다고 확신하는 현실 속에서 쿠마 체제를 그대로 존속시킬 경우 앞으로 있을 정부 물량 수주 등에서 큰 불이익이 우려돼 서둘러 쿠마를 퇴임시킨 것으로 보인다.

 CA측은 “쿠마의 사임이 회계 부정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하면서 “수주일내 임시 CEO를 임명하고 차기 CEO 선임 작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 회장에는 CA 이사인 루이스 라니에리가 임명됐다. 라니에리는 투자사인 하이페리온파트너스의 설립자이며 살로먼 브러더스의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CA는 쿠마 CEO 사임 4일 앞서 회계 부정 책임을 물어 금융부서와 법률부서에 근무하는 중간계층 관리 9명을 해임하기도 했다.

 ◇CA 앞날 어떻게 돼나=쿠마 회장의 사임 소식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 증시에서 CA 주가는 전날보다 3%(8센트) 상승한 26.37달러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동요는 전해지지 않았다.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IDG는 “쿠마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없을 뿐 아니라 향후 CA의 제품 출시 및 주요 전략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 미 당국이 쿠마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조사하거나 CA에 어떠한 명령을 내릴 경우 수년전 겪었던 경영권 분쟁 같은 외풍에 또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