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정보화에 아키텍처가 필요한 이유

IT강국 코리아. 우리는 1만달러 남짓한 경제현실 속에서도 그나마 이러한 말로 위안해왔다. 그런데 정보화의 모습은 실제의 생활에서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로에 비유되는 정보통신망을 보면 광대역통합망(BcN), xDXL 등을 통해 말 그대로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내달릴 수 있는 튼튼한 네트워크 환경을 갖고 있다. 어떤 내용이든지 원하는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의 단말기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그야말로 ‘울트라급’의 호화로운 정보화 환경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건축물에 비유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공공이나 민간의 전 부문에 걸쳐 건축 구조물만큼이나 다양한 모습과 크기로 만들어지고 있다. 법과 제도 측면에서 봐도 국가정보화촉진법에서부터 채팅을 할 때 필요한 예의범절이라 일컫는 네티켓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정보화에 관련된 게임의 룰이란 것이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보화의 엘도라도에 대한 그림을 포괄하는 기술적인 청사진은 어떠한 것이고 이것이 어디로 가고 있을까, 또 어디쯤 가고 있을까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 주위의 어디를 살펴봐도 특정한 부문·조직·업무에 있어서 정보화라는 도로와 건축물은 보편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 도로와 건축물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또한 그 도로가 적정한 위치에 있고 적정한 크기인지 그리고 나중에 확장 및 폐쇄하려면 문제는 없는지를 고려해 계획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뿐만 아니라, 정보시스템이라는 건축물에 있어서도 건축물에 대한 기능성, 안정성, 내구성, 확장성, 모양, 크기 등등 기준 없이 사안에 따른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짓다 보니 집 내부의 수선 및 유지보수는 물론 옆집과의 조화, 바깥세상과의 왕래 등 여러 가지 기본적 점검사항도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다 보니 어제 세웠던 정보화계획(ISP)을 새로운 사안이 발생하면 오늘 또 다시 세워야 하는 일도 없지 않다. 바로 자기가 지은 정보시스템이라는 집 옆에 고속도로가 있는지 아니면 절벽이 있는지 아무도 쉽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정보시스템이라는 집안에서 복도가 부실하여 갑자기 고객에게 서비스를 못하거나 아니면 몇년 전에 일어난 전화국 화재로 인한 통신망 마비에서 본 것처럼 일이 터질 때에야 비로소 보안과 백업과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알아보려고 할 뿐이다.

 어떻게 안정성을 지키고 백업해야 하는지의 첫걸음은 그 내용을 포괄하는 전체적인 청사진과 그것을 처리하는 원칙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예전에 해왔던 것처럼 통신망과 시스템 구성도 등만을 갖고 그 부분을 임시적으로 용접해 계속 사용하기에는 무언가 개운하지 않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부분과 전체에 대한 통신망, 하드웨어, 주요 데이터베이스, 정보시스템, 제공 서비스가 그려진 도면 등 종합적인 그림을 갖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키텍처는 기본적으로 이럴 때 필요하다. 즉 아키텍처는 정보화를 추진할 때 눈에 보이게 하고(청사진·Blue Print), 원칙적으로 일을 하게 하고(기준·Principle), 어떻게 처리하고 다다르게 할 것인가 참조하게 하는 것(참조모델·Reference Model)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단칸방을 지을 때도 설계 도면과 같이 여러 기준과 원칙을 세운다. 하물며 집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추진되는 정보시스템의 구축에 있어서 이러한 원칙과 이웃과의 관계를 아우르는 청사진이 없음을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정보화 추진에 있어서도 집을 짓는 과정처럼 방법론이나 품질관리, 감리 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이미 내가 짓고자 하는 정보시스템이라는 집이나 도로의 설계도에 의해서 진행되고 지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져보자. 이러한 점에서 아키텍처는 꽤 유용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재두 박사(한국전산원 정보화사업지원단 e비즈니스지원팀)leejd@n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