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거나 기쁘거나 사람의 감정이 극에 달할 때 눈물이 나온다. 한 시인은 사람이 가장 순수해지는 순간은 슬픔에 잠겨 눈물을 떨어뜨릴 때라고 했다. 감정을 가장 솔직히 보여주는 것이 눈물이다. 눈물의 과학적 의미는 눈물의 실체와 거리가 있다. 육상에 사는 척추동물의 누선(淚腺)에서 나오는 분비액 정도로 해석한다면 눈물에 감동받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눈물은 흘리는 것, 또는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 언뜻 먹이를 문 악어의 눈에서 나오는 눈물을 보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이를 먹지만 죽은 동물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듯해 안쓰럽다. 그러나 실상은 눈물로 입안의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기 때문에 먹이를 삼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린다. 따라서 악어는 소화촉진을 위해 거짓 눈물을 흘리는 것일 뿐이다. 이 같은 거짓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한다.
17대 총선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이 있다면 눈물이다. 감성정치의 대표적 행동이 ‘낙루’였다. 서로 눈물샘의 크기라도 자랑하듯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다른 총선 같으면 정책공약이 남발했을 시기에도 서로 눈물 흘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세를 얻었다고 판단한 당은 당대로, 세가 불리한 당은 그 당대로 눈물의 곡절이 있었다. 정책보다는 감정 호소가 표를 얻어내는 데 유효했던 것이다. 때론 ‘눈물 정치’라고 상대를 폄하하기에 바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리는 직업은 운동선수이고 다음이 정치인이라고 한다. 운동선수는 우승하면 감격의 눈물, 패배하면 비통의 눈물을 흘린다. 훈련이 고되 눈물을 흘리기도 할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도 감정이 있다. 정치인에게 눈물을 아끼라고 강요할 순 없다. 그들에게도 낙루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의 ‘눈물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또 그것이 주가 될 수도 없다. 정책실종 후에 흘리는 눈물이라면 더더욱 용서될 수가 없다. 혹여 다음에 또 정치인들이 눈물을 흘린다면 경제회생,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안타까움에서 흘리는 눈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경우 디지털문화부 차장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