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 이제는 현실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사례인 홈네트워크가 우리 생활 속 가까이 다가왔다. 해외 유명 전시회장이나 극소수 부유층이 거주하는 아파트만이 아니다. 일반 서민들이 생활하는 서울 마포강변 현대홈타운 단지에는 보통의 가정과 같은 평범한 기기들로 첨단 유비쿼터스 환경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실제상황 1 - 내 집은 내가 지킨다.
집에 들어서 때 처음 만나야 하는 것은 초인종이다. 친구가 집을 방문해 초인종을 누르자 주인의 휴대폰으로 ‘손님이 방문했다’는 메시지가 들어온다. 주인이 즉시 접속 버튼을 누르자 초인종에 부착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통한 화면이 휴대폰으로 뜬다. 집주인은 휴대폰으로 초인종 기기에 연결, 30분 뒤에 도착할 테니 친구에게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말하고 친구의 휴대폰으로 인증 번호를 전송, 밖에서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번에는 도둑이 들어온 상황이다. 집주인이 있는 회사의 PC로 손님 방문 메시지가 전송된다. 모르는 사람이기에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도둑이 물리적으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침입하자 천정에 있는 CCTV가 영상을 감지, 실시간으로 주인의 PC로 사진을 보내온다.
또 집안의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고 모든 전등이 켜지면서 외부에서 댁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진다. 경보음도 시끄럽게 울린다. 도둑의 얼굴은 초인종 기기, 천정의 CCTV 뿐 아니라 청소기 로봇 등으로 다각도에서 녹화돼 범인 검거도 용이하게 해준다.
*실제상황2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혈압계, 러닝머신 등을 구비한 가정이 많아졌다. 마포강변 현대홈타운의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가지 다른 점에 있다면 이 기기들이 네트워킹이 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대홈타운의 러닝머신은 홈서버와 연결돼있다. 인터넷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조깅을 할 수 있다. 이어폰에는 나의 심박동을 검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심박동수에 맞춰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맞는 적절한 속도로 적정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한다. 또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안방의 선풍기를 켜고 끌 수 있으며 외부에 찾아온 손님을 확인하고 문을 원격에서 열 수 있는 등 건강기기가 멀티 기능을 갖추게 됐다.
혈압계도 지능을 갖췄다. 혈압계에서 측정된 나의 혈압이 PC에 기록된다. 인터넷으로 접속시키자, 병원 의사 선생님과 화상통화 방식을 통해 연결된다. 담당 의사는 “최근 혈압이 조금 높아지셨네요. 당분간 짠 음식을 드시지 마시고 수요일 오전에 병원에 들리세요”라고 말한다. 직접적인 처방과 치료는 안 되지만 최소한 위급 상황에서 전문가와 연결, 더욱 신속하게 처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열린 셈이다.
*실제상황3-이제는 말로 한다.
현대홈타운의 홈시어터 시스템은 전자기기와 친숙하지 못한 노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음성인식 시스템을 통해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조작할 필요없이 ‘소리 줄여’, ‘극장처럼’ 등의 말로 제어가 가능하다. 가습기, 선풍기, 전등, 커튼 등도 지능적으로 활동을 한다. 안방에 있던 가습기를 건넌방으로 옮기면 콘센트가 전력선 통신(PLC)을 통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고 이를 외출시에도 조작할 수 있다.
보일러도 PLC를 통해 네트워킹을 해 이상 발생시 집주인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가스레인지도 외부에서 차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집주인과 가스레인지 제조사로 연락, 문제를 조속하게 해결하게 도와줄 수 있는 똑똑함을 갖췄다.
◆홈네트워크 시범단지 사업
서울 마포강변 현대타운은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홈네트워크 시범 단지중에 처음 선보인 것이다. KT 컨소시엄의 현대건설이 시범단지 내 30세대에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따라서 마포강변 현대홈타운은 앞으로 더욱 지능화된 기능을 갖추게 된다. 양방향TV, 자동화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업을 추진중인 KT컨소시엄 측은 단지 내 서버를 이용한 VOD, TV용 게임, TV뱅킹 등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도 조만간 제공될 예정이다.
KT컨소시엄 소속인 현대통신의 박종국 차장은 “하반기에는 디지털TV 기능을 통해 주문형TV 등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며 청소기용 로봇에도 네트워킹 기능을 강화, 외출시 조작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KT컨소시엄 측은 특별계층보다는 일반인이 사용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홈네트워크의 저변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따라서 KT컨소시엄은 수도권, 대구, 광주지역에 총 7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총 150억 원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T컨소시엄의 시범서비스를 받게 될 아파트는 현대 홈타운을 포함해, 동작구 삼성 래미안, 잠실 대림리시온, 강남구 선릉 아크로텔 등이다.
또 다른 홈 네트워크 시범 컨소시엄인 SK텔레콤도 분당파크뷰, 관악구 신림푸르지오, 서초구의 방배자이, 잠원캐슬갤럭시, 양천구 목동아파트 14단지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정통부 주관으로 추진되는 사업 이외에도 대형 건설사들은 독자적으로 가정자동화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KT의 장병수 상무는 “시범사업을 통해 축적된 홈네트워크 기술을 바탕으로 오는 2007년 말에는 국내에서 1000만 세대가 홈네트워크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고-홈네트워크 산업의 성공 조건
최근 세계적인 전시회장에는 홈네트워크 관련 제품들이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지털 TV나 휴대폰들도 궁극적으로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에 맞추어 개발이 이루어질 정도다.
전 세계가 이처럼 홈네트워크 사업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홈네트워크의 파급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홈네트워크는 Digital TV, 휴대폰, 영화, 반도체, PC, 텔레매틱스, 콘텐츠 등 모든 사업과 연계될 수밖에 없고, 이의 선점을 위해 각국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홈네트워크는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기상 시간에 맞추어 자동으로 실내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오늘의 일정 및 이벤트를 홈 서버에서 알려준다. 식품의 RFID를 인식한 냉장고는 오늘 가능한 요리 와 칼로리를 계산한다. 가스 상태가 궁금하면 자동차의 텔레매틱스를 이용해 집안을 확인해 볼 수 있고 필요하면 직접 작동시킬 수도 있다. 홈 서버를 통해 친구와 자동으로 전화 연결이 가능하고 소파에 앉아 음성으로 가전 제품을 조정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 혁명을 불러 올 홈네트워크는 주변 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끼치게 된다. 정부가 차세대 10대 성장 동력으로 홈네트워크를 선정해 육성하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홈네트워크 산업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우선, 세계적으로 표준화 전쟁에서 성공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추세에 따라 우리도 홈네트워크의 표준화를 시급히 추진하여야 한다. 또 정부는 홈네트워크 관련 업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고 정부 부처 간의 협조 및 일관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관련 업계도 당장의 수확만을 위해 황금 거위를 잡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익지도 않은 홈네트워크 시장을 너무 서둘러 추진하면 소비자의 외면을 불러 올 수 있으므로 하나씩 소비자를 위한 기능부터 개발하여 시장을 확대하여 나아가야 한다.
. 우리 나라는 이미 홈네트워크 시장을 크게 키워나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따라서 적당한 물과 온도만 갖추면 한국의 홈네트워크 산업은 스스로 성장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성규 현대통신연구소장 bernie@hd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