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화·융합화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정부의 관세정책 개선에 대한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에 대한 관세판정 기준과 HS코드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흥미를 끄는 사건이 있었다. 관세청이 일본 산요의 ‘작티(Xacti)’, 파나소닉의 ‘디스냅(D―Snap)’ 등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기능을 결합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상품기획 당시 영세율(0%)을 기대하면서 수입을 결정했던 수입 가전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8%의 관세를 내게 됐다. 정부의 이 같은 판정 직후 디카 관세와의 형평성 및 핵심기능 판정기준에 대해 다소 반발했던 업체들도 최근 관세청의 입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가져가 봐야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수입가전사들은 당초 이들 제품이 디카로 분류, 영세율 품목으로 분류되기를 기대했다. 디지털카메라는 지난 96년 세계무역기구(WTO)의 IT 양허협정 체결에 따라 양허세율 0%를 적용받고 있다.
이번 마찰은 다행이 큰 물의를 빚지않고 마무리됐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로 변하는 시점에서 관세문제로 불거진 최초의 입장차이였다.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를 위한 명확한 기준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주요 교역국과의 새로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전세계 디지털 가전 및 정보기기 시장을 둘러싸고 신경이 곤두서 있는 한·일 기업간 새로운 통상마찰의 단초도 제공할수도 있다.
실제로 22일 일본 동경세관이 후지쯔와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SDI PDP 패널에 대해 내린 통관보류 결정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패권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허권리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앞서 다소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디지털 기술의 융·복합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21세기 산업환경과 달리 관세정책은 보다 구체적이고, 논(Non)복합화적으로 흘려가야 한다.
<디지털산업부·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