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티유미디어에 출자하지 않기로 한 표면적인 이유는 조건이 맞지 않아서다. 당초 지분 25%에 상임 이사 1석을 요구한 KT로선 SK텔레콤이 제시한 15%의 지분 참여와 비상임 감사 배정은 협상의 여지가 없는 불합리한 조건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 보다는 현실적으로 경영권 확보가 불가능하며, KTF를 통한 우회 투자,기술적 방해 등으로 SK텔레콤을 계속 견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KT가 이같이 결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는 협상 과정을 통해 SK텔레콤이 이통시장에 이어 위성DMB를 독점하는 문제를 공론화해 SK텔레콤의 활동 반경을 좁혀놨다.지분 5% 출자를 통해 차별대우를 받지 않겠다는 정부와 SK텔레콤측의 약속을 이끌어 냈다.이미 선점기회를 놓친 상황에서 SK텔레콤의 후발로 들어가 위성DMB 사업을 별도 추진할 경우 승산이 없다는 부정적 판단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티유미디어가 위성DMB서비스를 하려면 KT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전국에 갭필러를 1만여개 이상 설치해야 해 주파수 간섭 문제로 불가피하게 생기며 KT가 협력해주지 않으면 서비스에 차질이 많다.
업계의 관심은 KT가 독자적으로 위성DMB사업을 추진할 것인가에 쏠렸으나 현재로선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파수를 확보했으나 인접국과의 주파수 조정 문제에서 위성체 제작 및 발사에 이르기까지 물리적 시간만 최소한 2∼3년이 더 걸린다. 위성DMB 시장규모가 두 사업자가 뛰기엔 그리 크지 않은 것도 또다른 이유다.
KT 고위 관계자는 “독자추진은 별개의 문제이며 내년쯤 시장상황을 보고 사업성 여부를 검토해 다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언뜻 보면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발언이나 전후 상황을 놓고 보면 사실상 사업 포기라는 말로 들린다.
위성DMB사업 추진을 사실상 접으면서 KT는 앞으로 원폰·휴대인터넷·홈네트워크와 같은 신규 사업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KT는 방송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스카이라이프 지분 확대와 홈네트워크 멀티캐스팅 서비스 등 통방 융합 부문에 계속 다리를 걸칠 것으로 보인다.
통방 융합에 대한 KT와 SK텔레콤의 다른 행로의 귀결점에 벌써부터 업계의 눈길이 가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