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지식정보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서비스산업이 국가경제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해졌지만 달라진 위상에 비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이 푸대접을 받아온 배경에는 ‘내수산업이고,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에 공헌도가 낮으며 앞으로도 해외진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어렵다’라는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한국경제가 과거에 수출주도의 성장을 추구하면서 제조업이 중심 축을 담당해 온 점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한국경제의 구조 역시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해왔다. 한 예로 현재의 주력 수출상품을 보자. 이동통신기기나 반도체와 같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식집약적인 제품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바탕에는 이들 제품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장을 제공한 정보통신서비스의 역할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고 수천만명이 이용할 만큼 CDMA서비스 경험이 축적됐기 때문에 중국이 CDMA서비스를 개시할 때 한국산 장비가 수출될 수 있었다.
서비스산업이 그 중요성에 걸맞은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세계시장 진출이 필요하다. 세계시장 진출은 내수시장의 제약을 극복하고 시장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일 뿐만 아니라 해외진출을 통해 ‘서비스산업은 내수산업’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보다 활성화 시키기 위해 기업과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염두에 두고 추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진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비스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보통신서비스의 해외시장 진출을 예로 보자. 중국시장에 한국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수출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사업자 단독으로는 제공할 수 없다. 여러 중소기업이 동반 진출해야만 안정적인 서비스 공급이 가능하다. 동반진출을 통해 상호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고 중소기업에게는 대기업의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둘째,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규서비스의 진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술기반 첨단서비스의 세계시장 진출은 다른 글로벌 사업에 비해 리스크는 적고 수익성은 높은 사업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정보통신서비스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선도적인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위성 DMB사업 및 모바일 뱅킹 등 다양한 컨버전스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의 기술적 표준을 선점한다면 충분히 세계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셋째, 국내시장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시장에서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이 축적됐고 실패의 위험도 줄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서비스를 상용화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시장성을 검증하고, 우리 여건에 맞는 글로벌 사업모형의 개발을 위해서 테스트베드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넷째,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현지 전문가를 발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과정에서 한국 기업 중 상당수가 실패한 원인은 현지 경영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전문 경영인의 확보에 실패한 탓도 크다. 해외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업은 현지 전문가를 발굴하고 과감하게 권한을 이양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산업의 세계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정책당국은 이제 ‘제살깎기’식의 경쟁을 유도하는 ‘하향평준화’ 규제 정책보다는 각 분야의 1위 기업들이 국가를 대표하는 챔피언으로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신규 서비스에 대한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우러질 때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물론 한국경제의 또 한번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한국전파진흥협회장 jnc@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