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계 생존 해법을 찾아라](4·끝)상생의 길 모색하자

국내 IT산업의 한축을 떠받쳐온 통신장비 업체들의 위기의식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휴대폰을 포함한 통신장비업체 대부분이 수익성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는데다 해외 기업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물론 국내 업체와의 경쟁은 더욱 큰 난제중의 난제다. 출혈 경쟁으로 내상이 깊어 회복불능으로 치달은 기업도 상당수다.

 하지만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휴대폰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스펙트럼이 다양한 국가도 없다. 메이저·중견·연구개발(R&D). 골고루 갖추었다. 그래서 세계 유례없는 성공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반대로 갈 수도 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이 휴대폰 산업을 시작한 지 불과 10여년. 어느새 세계적인 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가 됐다. 메이저는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장비 업계의 경우도 xDSL의 경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전통을 가진 알카텔을 이미 넘어섰다. 알카텔이 ADSL에서 우리기업에 최고 자리를 내준데 이어 VDSL에선 아예 경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미 우리기업은 100Mbps급 VDSL의 개발에 성공, 상용화 제품을 내놓은 상황이다. 스위치 부문서도 레이어7(L7) 신제품을 내놓는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성공을 자화자찬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원천기술도 부족하고 수익도 떨어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확실한 생존카드를 쥔 곳은 없다는 평가다. 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여론도 높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쟁과 협력을 요구한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 휴대폰업계는 내수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에서 통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내수시장의 경쟁은 장려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 시장은 다르다.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정 부분 협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과당 경쟁으로 피해를 봤다. 미국과 인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견업체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적전 분열이었다”고 한마디로 평가했다. 그 이익은 고스란히 외국 업체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에서 협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본업계에서 하나의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지난해 업계 공동으로 중국 휴대폰 공급가의 마지노선을 정한 적이 있다. 중국 업자들의 공급가 인하 요구가 거세지자, 취해진 조치였다. 손해를 보고 팔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한국은 그 반대였다.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이었다. 메이저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생은 안중에도 없었다.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도 필요하다. 다산네트웍스가 좋은 예다. 다산네트웍스는 지분을 지멘스에 넘기되 유럽과 북미 등 대형시장에서는 지멘스의 거점을 이용한다. 다산네트웍스의 남민우 사장은 “중국시장은 공동으로 공략하되, 북미·유럽시장은 지멘스의 유통망을 이용키로 했다”며 “지분매각이 비즈니스의 한단계 상승을 위한 것이지 결코 포기가 될 순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하나는 서로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축구로 치자면 메이저가 센터포워드, 중견기업은 미드필더가 될 것이다. 서로의 롤이 다르다. 미드필더가 골 욕심으로 센터포워드 하자고 덤벼들면 그 게임은 진다.

 모 중견업체 사장은 “국내 휴대폰 산업을 논하면서 삼성전자의 역할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휴대폰 팔러 해외 나가면 한국은 몰라도 삼성은 모두 안다. 바이어를 대상으로 삼성 휴대폰과 비교해 설명한다. 삼성의 덕을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삼성을 치켜세웠다. 그는 또 “휴대폰 시장은 크다. 메이저와 맞닥뜨리지 않고도 승산은 있다. 틈새시장 전략이다. 메이저업체가 만들어 놓은 ‘메이드인코리아’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면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