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도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기업의 경영에 대한 인식이나 방식도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파트너십’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과거에는 한 기업이 상품의 기획에서부터 설계·생산·마케팅·서비스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을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강했다. 통합적 가치사슬 기반 위에서 경영을 하려는 것으로, 수직계열화의 이점도 적지 않아 당시에는 상당 부분 효과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산업의 규모가 거대해진 때에, 더구나 산업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디지털 컨버전스시대에는 모든 것을 자체 해결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파트너십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파트너십이란 한 마디로 기업이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서로 네트워킹하는, 즉 밸류 네트워킹(Value Networking) 능력이다.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들과 밸류 네트워킹 한다는 것은 서로의 강점을 제휴하는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든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시대의 기업들은 파트너십을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트너십이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고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발휘하게 하는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기업 모두가 마음대로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도 ‘자격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강점 분야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차별화된 핵심역량이 있어야 비로소 다른 기업과의 밸류 네트워킹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자신의 핵심역량을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게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밸류 네트워킹이란 참석자들이 각자 자신있는 요리를 하나씩 만들어 와서 이를 모아놓고 만찬을 하는, 서양사회에서의 ‘포틀럭 디너(Pot-luck Dinner)’와 비슷하다. 물론 요리 준비를 하지 못한 사람은 만찬에 참석할 수 없다. 설사 각별한 양해를 받아 참석하게 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으므로 여유있게 만찬을 즐길 수가 없다. 이 시대에는 한 가지 이상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네트워킹 하는 것이 필연이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핵심역량으로 확보할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그것은 각각의 기업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유형적인 자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 자산이 핵심역량으로서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무형적 자산은 ‘인재’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최근 들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인재는 기업의 모든 역량을 발휘하고 축적하며 전승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글로벌시장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무형적 자산’으로부터 비롯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 같은 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심화되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얼마나 탄탄한 무형적 자산을 가지고 있느냐가 기업의 앞날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다.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을 때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예측하고 그 변화를 앞서가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지금은 어느 기업이든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는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파트너십을 넓혀가야 할 때다.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포틀럭 디너가 끝난 뒤에는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준비해도 디너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남균 LG전자 사장 namwoo@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