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위 소프트웨어 기업 CA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산제이 쿠마가 회계 부정이라는 악재에 걸려 끝내 낙마했다. 1962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태어난 그는 14살되던 해(1976년) 가족과 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꿈구며 미국으로 이주했다. 애초 의사를 꿈꾸며 의대에 진학했지만 중간에 의대를 중퇴하고 절친한 친구와 함께 회사를 설립,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회사를 정리하고 텍사스에 있는 ‘우셀(UCCEL)’이라는 작은 소프트웨어 업체에 입사했다.
그와 CA의 인연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그가 25살때이던 87년, 사업 확장중이던 CA가 우셀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후 쿠마는 CA내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며 ‘이방인’의 성공 모델로 떠올랐다.
CA내에서 여러 핵심 조직을 두루 거친 끝에 94년 사장 겸 최고운영임원(COO)에 임명됐으며, 6년 후인 2000년에는 마침내 샐러리맨들의 최고 꿈이라는 CEO에 올랐다. 그가 CA에 입사한 지 14년만의 일이었으며 그의 나이 39살되던 해였다.
CA 창립자인 찰스 왕으로부터 돈독한 신임을 받던 쿠마는 2002년에는 회장 자리까지 왕에게 물려받았다. 그가 사장으로 있던 3년간 CA의 주가는 세배로 뛰었으며 자본금도 수백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CEO가 된 후에도 쿠마는 연구개발과 고객 제일을 외치며 남다른 경영수완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그의 업적 때문에 CA 이사회는 마지막까지 그를 물러나게 하는데 많은 고심을 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CA 안팎에서는 이방인으로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그가 중도하차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의 사임은 며칠전 발생한, 아르바이트생에서 출발해 맥도날드 톱 경영자에까지 올랐다는 찰리 벨이라는 인물의 성공 신화 뒤에 터져 나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나이(43살)에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해 톱 경영자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한 사람은 본격적으로 꿈을 펼치게 됐고 또 한 사람은 무대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성공이란 무엇인지 새삼 다시 생각해본다.
방은주 국제기획부차장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