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신세기합병` 해법 나올까?

`정보통신정책심의위`핵심쟁점은…

이동전화시장 규제정책의 향배를 가늠할 오는 27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가 코앞에 다가오자 사업자들의 물밑 공방전이 뜨겁다. 3사는 시장 상황에 대한 자의적인 주장을 장외 여론몰이로 당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정작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인가 조건이행 여부를 판단할 정보통신정책심의위는 이날 회의에서도 결론을 못내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지리한 규제이슈 논쟁이 될 전망이다. 3사는 물론 후방산업계도 이같은 공방이 결국 시장 전반에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시키는 만큼 규제정책의 ‘예측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명쾌한 판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뜨거운 감자=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인가조건 가운데 3항의 보조금 금지 조항과 13항의 심각한 경쟁제한적 상황 판단여부는 말 그대로 어느 누구도 속단하기 힘든 사안이다. 법리해석·판단의 어려움 보다는 결정 자체가 이동전화 시장에 미칠 파괴력이 커서다. 두차례나 연기했던 정보통신정책심의위가 이번에도 또 다시 판단을 미룰 가능성이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두차례 회의에서 16명의 위원들은 SK텔레콤에 제재여부를 놓고 심각한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수일 위원장은 “지금까지 사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고, 위원들의 상황인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제재 여부를 비롯해 방법이나 수위 등을 원점에서 검토한뒤 위원회의 견해로 몇가지 안을 도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심의위는 또 위원들간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다음달 한두차례 추가 회의를 열어 가급적 합의를 유도하되, 막판 표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규제당국인 정보통신부도 위원회의 결정을 관망하며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진대제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SK텔레콤의 합병인가 조건에 대한 심의결과는 위원회가 내릴 몫이지만 그대로 정책에 반영할 지는 다른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동전화 3사의 속내=심의위를 닷새 앞둔 지난 22일 LG텔레콤은 ‘가입자 600만명 확보’를 스스로 생존 마지노선으로 내걸며 SK텔레콤을 강력히 제재해달라며 여론과 정책당국에 호소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LG텔레콤은 올초 ‘AT커니’로부터 유럽 통신사업자 사례를 통해 컨설팅을 얻은 결과, 시장점유율이 최소 18% 이상이어야만 수익→투자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SK텔레콤의 주장은 다르다. 최근 후발사업자의 약진이 두드러져 “그렇게 가고 있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SK텔레콤의 이탈 가입자가 하루평균 1만명 가량이 꾸준히 이탈해 상반기에만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점유율로 따지면 SK텔레콤이 올해 번호이동 최대 이탈규모로 예상한 3% 이상을 반년만에 빼앗기게 된다. LG텔레콤은 특히 지난해말 480여명에 그쳤던 가입자 규모가 넉달도 채 안돼 540만명을 돌파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시장상황만 놓고 보면 오히려 다급해진 쪽은 SK텔레콤인 셈이다.

 SK텔레콤의 주장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후발사업자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좋은 실적을 내면서도 약자임을 내세우는 이중적인 태도”다.

 이에 대해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막대한 이윤을 설비투자보다는 마케팅 비용에 쏟아붓고 있으며 규모도 천문학적”이라면서 “이를 공정경쟁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서는 가입자 잠식이 이어진 가운데 어떤 수위로든 심의위의 판단이 미뤄지면 추가 제재 부담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 오는 7월 KTF로 번호이동성 시차제가 확대되더라도 규제당국의 시선을 의식해 SK텔레콤의 재반격이 쉽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하지만 KTF·LG텔레콤의 직원할당 판매 등에 대한 통신위와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두 후발사업자들은 우호적인 여론조성을 통해 제재수위를 낮추고 SK텔레콤을 계속 압박해나가려 한다. 7월부터 사실상 영업에 발이 묶이는 KTF도 설령 제재를 받더라도 불리할 게 없는 형국이다.

 이러자 SK텔레콤내 일각에선 “지난해 일찌감치 일정부분 점유율 하락을 양보했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자성론마저 일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