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중정상회담과 남북 경협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4월 21일 3박4일간의 중국 방문을 하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해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총리, 자칭린 정협주석, 쩡칭홍 국가부주석 등 중국 4세대 지도부들을 모두 만나는 성과를 거둠에 따라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최대 관심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뒤늦게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보도하면서 양국이 6자회담 성과에 만족하고 앞으로 계속 진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과정에서는 북핵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되며, 이와 더불어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로 약속을 받아 앞으로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데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번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중국은 중국 기업과 북한이 각종 형식의 협력과 합작을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히는 등 앞으로 북·중간 경제 교류가 활성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경제건설을 위해 북한에 무상원조 제공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는 이제 북한의 변화를 계기로 또다시 한반도 주변 4대 열강의 동북아 주도와 연관된 각축전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반세기가 넘는 북·중 간의 혈맹관계를 앞세워 북한을 자기편으로 활용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는 핵심적인 지렛대로 북·중 간의 경제협력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북·중 간의 경제협력 증대 전망과 남·북한 경제협력의 현실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제13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한측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남·북 경협과 관련해 협력다운 협력이 단 한 건도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7000여명이 다녀갔으나 투자는 전혀 없었고 벽돌 한 차, 시멘트 한 톤 들어온 것이 없다고 성토했다. 또한 북한은 금강산관광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앞으로 6개월간 남측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와같이 남·북 간의 경제협력사업은 별다른 진전이 없이 정체상태가 지속되고 북·중간에는 경제협력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발전이 된다면 향후 한반도 정세와 민족경제공동체의 전망은 어떻게 될것인가 심각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북·중 간의 관계는 더욱 밀착될 것이며 남·북 간의 관계는 추상적, 정서적인 차원에서만 민족감정을 내세울 수 있을 뿐 한 차원 높은 한반도의 변화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고금을 살펴보더라도 국가 간의 관계가 발전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차원에서 상호 연관성이 높아져야 그를 기반으로 정치적, 문화적 관계까지 발전하는 것이 상식적인 이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남·북 경협에 대해 새롭고 진척된 발걸음을 옮겨야 할 때다. 마침 17대 국회가 새롭게 등장하게 됐고, 여당 측에서도 남·북 경협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가 향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내고 동북아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이요, 기초가 되는 것이 남·북 경협임을 명심해 정부나 기업인이나 좀더 전향적인 자세로 투자계획 등을 구체화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남·북 경협의 구체적인 대안으로 남·북 정보기술(IT) 교류 활성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구해우 (미래재단 상임이사) haewook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