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통신장비업계에서도 천편일률적인 캘린더 이어(Calender Year) 중심의 회계연도 개념을 탈피해 3월 결산 회계연도 등 미국식 회계연도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기준으로 삼아온 회계연도는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을 주기로 하는 캘린더 이어가 대표적이다. 캘린더 이어는 연도(Year)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개념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유럽기업들이 많이 채용하고 있는 6월, 7월 결산회계 법인 개념보다 먼저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회계연도 기준 연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통신 네트워크장비·솔루션 전문 업체인 제너시스템즈(대표 강용구)는 최근 캘린더 이어(1월∼12월)를 3월 결산법인으로 전환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회계연도 변경안을 주총에 제출, 주주들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A·B·C 등의 통신장비 기업도 회계연도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에 등록된 A기업의 경우 주주들과 접촉하는 등 구체적인 전환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너시스템즈가 회계연도를 12월 결산에서 3월 결산으로 바꾼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통신업계의 비즈니스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갖고 가겠다는 판단이 크다.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대부분 12월 결산 회계연도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통신서비스 사업자에 장비·솔루션을 공급하는 장비업계의 특성상 매출 발생이 대부분 연말에 집중돼 있다.
당연히 1월, 2월에는 매출 실적을 올리기가 어렵다. 일부 기업이 연말 매출을 이듬해로 이월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연말 갑작스런 매출 증대와 이듬해 초 매출 감소분을 상쇄시켜 매출실적을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비수기로 통하는 1월, 2월의 매출을 관리하고 조금은 여유있게 경영에 임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통신사업자의 주총이 3월에 몰려있어 이때 주요 경영계획이 확정된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연말에 잡아놓은 경영계획이 주총을 전후해 바뀌는 사례가 많은데다 장비구매 등 실질적인 매출과 관련된 비즈니스 또한 1분기 이후부터 본격화된다.
주주 중시 경영이 뿌리내린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매출의 증가와 감소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4분기와 1분기의 특성을 감안, 안정적인 연간 매출구조를 가져감으로써 주주의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감을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소나 코스닥에 올라 있지 않은 기업의 경우는 IPO를 대비한 측면이 크다.
이 회사 강용구 사장은 “기업의 경영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캘린더 이어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제너시스템즈의 경우 주주들이 흔쾌히 동의해서 가능했고, 다른 기업들도 고려하는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