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휴대폰 요금의 최저점

현재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단순히 보급률로만 따지자면 스웨덴,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에 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인구는 수백만 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인구와는 그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도심 곳곳에는 이동통신 기지국이 빽빽하게 설치되어 있다. 한 건물 위에 여러 이동통신 회사의 기지국들이 겹겹이 설치돼 있는 경우도 있다. 목 좋은 곳의 건물의 옥상에는 어김없이 이동통신사의 기지국이 자리잡고 있다. 이동통신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동통신 요금도 선진화되어 있는가. 이용 요금의 적정성에 관한 의문은 소비자로서 갖는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KT와 같은 유선통신 사업자도 이동통신 요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부분 사용자는 가정집의 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로 전화를 걸 때 더 비싼 요금을 유선통신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렇게 지급된 요금은 유선통신 사업자가 이동통신 사업자에 추후에 일괄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유선통신 사업자나 이용자가 이동전화 요금의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다.

 소비자 단체에선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인하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는 소비자 운동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의 소유였던 주파수를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독점적으로 사용토록 허가해 준 이후, 이 주파수 자원이 정말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국민은 이동통신 사업자로부터 주파수를 회수할 것을 정부에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의 수준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과도하게 높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수준인지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요금의 적정성을 검증한다는 것은 이동통신 분야의 공학 및 경영학적 지식을 수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분야에서 충분한 기술과 지식이 축적되어 있는 유선 통신 사업자조차도 이동통신 요금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묘수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을 선도하는 이동통신사의 전략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지금까지와 같이 반드시 수동적인 자세만을 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도 가격 인하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혹시 누군가가 ‘우리나라 전역을 서비스하는 이동통신 회사가 왜 3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쉽게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3이라는 숫자는 차치하고라도, 이 3개사 모두가 전국에 걸쳐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가’라는 숨어 있는 논점 하나를 더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3개 회사가 협약하여, 우리나라를 3개 권역으로 나누어 서비스한다고 가정해 보자. 예를 들어 인구가 많은 서울은 A사, 서울 이외 지역은 동·서로 구분하여 B사와 C사가 각각 담당하고 또 3개 사업자는 완벽한 로밍 협상을 통해 소비자가 어느 지역에 있든 3개사의 기지국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가정 말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한 개의 건물에 경쟁적으로 여러 이동통신 회사의 기지국을 설치할 필요가 없게 된다. 단순한 미관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수요 이상의 이동 통신 인프라의 설치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는 이동통신 요금에는 여러 사업자의 인프라 경쟁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까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당 경쟁에 의한 거품이 제거된다면 이동통신 요금이 현재에 비해 몇 퍼센트 정도 인하가 가능할지 공학적인 지식으로도 계산이 가능하다.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이 가정이 현실화된다면 소비자 단체는 이 계산 결과를 가지고 이통사와의 협상 테이블로 나가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공학부 김성륜 교수 slkim@i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