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업계에 ‘내 탓이요’ 바람이 불고 있다. 4∼5년전 ‘전자거래의 혁명’을 외치면 등장했던 많은 B2B 업체들은 그동안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를 언제나 고객들의 마인드 부족이나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돌려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B2B 1세대 업체들로부터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서서히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반성은 ‘장터’ 마련에 게을리했다는 것으로 함축된다. 지난 총선에서 정치인들이 즐겨썼던 환심용 멘트가 아닌 진정한 자기반성의 소리로 들린다.
지난 99년부터 e마켓플레이스를 추진해 온 1세대 업체의 L 모 사장은 “5년간 소비자들에게 ‘만들어놨으니 와서 쓰라’고 주장했지만 고객 중심의 편의성은 길거리 노점상보다도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5년전 ‘기술 선도’라는 자만심이 상거래의 근본을 소홀하게 하는 눈 가리개였다는 것을 한탄하는 말이다. 결국 ‘좋으니 쓰라’가 아니라 ‘이것을 이용하면 이러한 혜택이 있다’는 식의 접근법이 B2B 업계 전반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듯하다.
정부의 정책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주도로 추진돼온 업종별 B2B 전자상거래 시범사업의 평가를 올해부터 성과 위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구축에만 초점을 맞춰 지원했으나 앞으로는 세밀한 평가를 통해 차등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시행에 옮기고 있다. 생색내기보다 효과로 검증을 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업계의 자기 반성이나 정부의 시책 변화는 그동안 e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변신이다.
마치 이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최근들어 그동안 구축됐던 e마켓플레이스가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 재정비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아시아 국가간 협업도 확대되면서 힘을 잃어가던 e비즈니스 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보이는 듯 하다. 시장은 단순하다. 기업 고객들은 혜택만 있다면 천릿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서 쓸 것이다.
B2B 업계와 정부에 불어온 ‘내 탓이요’ 바람이 시장활성화를 위한 윤활유로 작용하길 기대해본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