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동전화업계의 최대 화두인 번호이동성으로 통신사업자들과 휴대폰 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가입자 쟁탈전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구조가 악화된 반면, 휴대폰업계는 시장 수요 확대로 판매량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사업자 수익구조 악화=이동전화 업계는 번호이동성으로 수익구조가 크게 나빠졌다. 번호이동성 시차제에 따라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 가입자를 뺏기 위해,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은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마케팅 비용 지출이 컸다. 동원증권에 따르면 1분기 SK텔레콤의 마케팅 비용은 5000억원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KTF와 LG텔레콤은 각각 60%, 100% 늘어난 2670억원, 1410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케팅 비용의 과다 지출은 곧 실적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은 8% 가량 늘어난 2조428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지만, 영업이익은 10% 가량 줄어든 6650억원에 머문 것으로 예상됐다. KTF도 매출은 25% 늘었지만, 이익은 3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G텔레콤도 분기순익이 흑자(445억원)에서 적자(-68억원)로 전환된 것으로 추산됐다.
조성옥 동원증권 연구원은 “번호이동성 도입으로 업체들이 사생결단의 경쟁을 벌였다”며 “KTF와 LG텔레콤은 서비스 매출보다 단말기 매출 증가율이 훨씬 컸을 정도”라고 말했다. KTF와 LG텔레콤의 순수 서비스 매출은 5%,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휴대폰 판매 날개=휴대폰업계는 번호이동성의 최대 수혜자다. 서비스업체들이 가입자 유치를 놓고 밀고 당기면서 MP3 등 새로운 서비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규 서비스는 휴대폰에 그대로 반영되며 수요를 창출했다. 휴대폰 시장은 핵심 부품이 달려 제품을 못팔 정도로 활황이었다.
1분기 국내 휴대폰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314만대)에 비해 82% 성장한 570만대를 기록했다. 단일 분기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번호이동성에 따른 신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업체들도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1분기에 267만대를 공급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보다 판매량을 무려 100만대 넘게 끌어올렸다. LG전자와 팬택&큐리텔도 각각 57만대, 70만대씩 판매량을 늘렸다. 특히 팬택&큐리텔은 공급량을 1년 만에 250%나 끌어올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망=업계 관계자들은 서비스와 휴대폰업체간 희비가 상반기까지 일단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까지는 번호이동성 공방이 불가피한데다, 통합번호 유치 경쟁까지 불붙어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비용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업계는 이에 따른 반사이익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동전화 시장을 놓고도 비용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이처럼 통신사업자들과 단말기 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국내 통신시장 전반의 발전을 고려할 때 투자동력인 통신사업자들의 수익구조 악화를 염려하는 시각이 크다. 하지만 올해 내내 번호이동성 시차제에 발이 묶인 SK텔레콤이나 7월부터 가입자 이탈이 예상되는 KTF는 수성을 위해, LG텔레콤은 가입자 유치 극대화 차원에서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여 줄줄이 수익구조 악화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반면 단말기 업계는 통신사업자들의 마케팅 전략이 전략 단말기에 대한 안정적인 수급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사상 유례없는 호황이 예상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제살깎기식 가입자 유치-MP3 등 새 서비스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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