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일 전자정부 홈페이지(http://www.egov.go.kr)에서 주민등록등·초본을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침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했던 기자는 PC 앞에 앉았다. 그러나 기대와 흥분도 잠시. 전자정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PC를 아예 꺼버리고 동사무소로 뛰어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주민등록등본을 온라인에서 직접 발급받는 과정은 말 그대로 ‘대단한 도전’이었다. 전자정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발급가능민원’이라는 메뉴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아이디·비밀번호 입력, 주소·발급 건수 기입, 프린터 지정, 공인인증서 저장장치 연결, 결제은행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입력 과정은 또 얼마나 길던지.
정작 어처구니 없는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짜증을 참으며 버틴 끝에 ’대망(?)’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자 화면에 ‘발급오류’라는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무슨 무슨 프로그램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으니 PC를 껐다 켜라”는 내용이었다. 컴퓨터에 관한 한 파워유저로 자부하는 기자가 이 정도라면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에게 행정문서 온라인 발급은 ’그림의 떡’일 것이다.
주민등록등·초본은 일반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 민원서류다. 사소한 행정처리에도 주민등록등·초본이 요구되는 우리 현실에서 온라인 발급서비스 개시는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온라인 발급서비스가 진정 국민의 편의를 위해 고안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단계와 사용법을 대폭 간소화·단순화해야 한다. 지원 프린터 기종만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서비스 제공시간도 24시간으로 확대해야 한다. 현재 온라인 발급 서비스 제공시간과 은행을 통한 수수료 결제시간은 오전 7시에서 오후 9시대에 맞춰져 있다. 안내데스크 운영시간은 이보다 더 짧아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다.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G4C가 진정 그 이름값을 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제대로 갖춰야 할 것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