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벤처열풍 속에 새로운 아이템과 신기술을 이용한 젊은 기업가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기술개발에 전념했고 그 와중에 신화를 창조한 기업을 많이 배출했다. 그러나 그 열풍은 벤처거품 속에서 차츰 꺼져 갔다.
올들어 정부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가 생긴다. 이런 지원책이 오히려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우선 정보통신부·중소기업청 등 각 정부기관의 융자지원정책이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융자 사업자 대상으로 선정이 돼도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담보를 원하기 때문이다. 담보가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굳이 정부지원이 아니더라도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지원책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지원정책이 나왔다면 정부 각 기관은 기업의 사업성 및 기술평가를 하고 담보까지 해결해 주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돼야 한다.
거대 코끼리(대기업) 보호 정책도 지적해야 할 듯 싶다. 중소·벤처기업의 출발은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혼신의 투혼으로 선도적인 입장에서 시장에 진출하지만 거대 자금력으로 밀어붙이는 대기업과 경쟁을 하면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참패를 면치 못하게 된다. 이에 중소기업에서는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기술개발에는 소극적이게 되고 기술과 아이디어의 노출조차 꺼리게 된다. 이로 인해 아까운 기술과 창의성마저 사장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은 자구책으로 몇몇 기업들끼리 모여 공동 체제로 나아가고자 하나, 대부분 열악한 환경이라는 장벽에 부딪치게 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자본력,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도록 공동협력 형식의 브랜드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지원정책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부분은 정부에서 적극 참여해야 한다.
소기업의 지원정책 부재도 문제다.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고 출발한 소기업 입장에서는 다음 단계인 시장진출과 경영기반 구축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경영컨설팅, 연구원 지원, 자금 등 정책이 있기는 하지만 소기업 입장에서는 역시 멀기만 하다. 이 모든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을 완료하고도 추가 확장기술에 필요한 인력, 시장진출을 전문가의 컨설팅이 가장 절실한 것은 신생 소기업일 것이다. 지금의 지원정책 수혜의 턱을 낮춰 신생 소기업이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교육 및 정보화 정책도 문제다.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사회’다.
끊임없는 교육과 정보능력 배양만이 신기술 창출 및 산업화의 역동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우선 신기술 분야 또는 전문가 과정, CEO 과정 등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에서는 고액의 교육비로 인한 부담감을 쉽게 떨칠 수 없다.
글로벌 시대에 많은 해외업체들과의 경쟁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초스피드로 변화하는 정보와 신기술에 대한 안내와 교육이 정부 차원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TV, 세미나, 콘퍼런스 등 다중 매체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설계돼야 할 것이다.
대부분 중소·벤처기업들은 3∼4년간의 연구개발(R&D)로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대하며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정부가 제시해줘야 한다.
최근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벤처CEO포럼에서 “‘NO, BUT’이 아니라 ‘YES, BUT’”이라며, 기업의 고충을 듣고 문제를 풀어 가는데 중점을 둔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기업은 윤리 경영을 통해 모두가 윈윈(Win-Win)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대일 유비테크놀로지스 대표 sdinet@u2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