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표준 UI 마련 `헛바퀴`

메뉴체계 동일 등 사용자 편의성 제고 불구

이동전화서비스업계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표준안이 휴대폰업계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표준 UI는 제조사와 모델별로 다르게 적용됐던 휴대폰의 메뉴체계, 메뉴 사용방법, 버튼 적용 방식, 메뉴 상 그래픽 등을 통일해 기종에 관계없이 소비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표준화된 방식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이 지난해말 표준 UI 개발을 완료하고 휴대폰업체에 탑재를 요구, 삼성전자를 비롯한 LG전자·팬택&큐리텔 등 주요 휴대폰업체들이 받아들이면서 표준 UI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동전화서비스업체와 휴대폰업체 간 이해관계와 휴대폰업체 간 경쟁구도가 맞물리면서 표준 UI가 제자리 걸음만 거듭중이다.

 ◇표준UI 채택 현황=현재 SK텔레콤이 제시한 표준 UI를 적용한 휴대폰업체는 모토로라와 브이케이 정도다. 모두 SK텔레콤에만 휴대폰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의 90% 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팬택&큐리텔 등 3사는 SK텔레콤의 표준 UI를 적용한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1위 휴대폰업체인 삼성전자는 자사 휴대폰에 SK텔레콤의 표준 UI를 탑재하는 것을 놓고 SK텔레콤과 협의중이지만, 상반기 중에는 이를 탑재한 제품 출시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LG전자와 팬택&큐리텔도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협상 결과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느라 눈치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르면 오는 9월 SK텔레콤의 표준 UI의 일부를 받아들인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 출시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며 “표준 UI에 삼성전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뉴체계는 통일=또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의 표준 UI를 모두 탑재할 수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제시한 표준 UI 중 메뉴체계 부분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UI의 핵심인 버튼의 그래픽 부분은 삼성전자의 UI를 그대로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휴대폰 시장의 50%를 점한 삼성전자로선 서비스업체의 표준 UI를 채택할 경우, 휴대폰이 PC처럼 조립품으로 전락할 수 있는데다 경쟁업체 제품과 차별화가 어려워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LG전자와 팬택&큐리텔도 삼성전자가 전향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전면적인 표준 UI 수용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문자입력방식 표준도 삼성전자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표준 UI도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망=그럼에도 서비스업체는 표준 UI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표준 UI가 정해질 경우 사용자들의 편의성은 물론 이동전화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계 일각에서는 문자입력방식의 표준화에 대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SK텔레콤의 채재병 과장은 “향후 문자입력방식의 통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휴대폰업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표준 UI는 난항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UI가 휴대폰의 경쟁력이자 차별화 요소인데 휴대폰업체가 그것을 포기할 리 없기 때문이다. KTF와 LG텔레콤의 표준 UI 추진도 변수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표준 UI에 나설 경우 서비스업체간 표준 UI 경쟁이 불가피하다. 팬택&큐리텔 관계자는 “업체간 이해관계 때문에 표준 UI가 정착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