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부활,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 소니가 지난 27일 발표한 2003 회계연도 실적과 향후 전망에 대한 현지 언론과 업계의 평가다.
3월말 마감된 2003 회계연도 소니의 성적표는 디지털 가전의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동종 업체들의 수준에 크게 밑돌고 있다.매출은 7조4963억엔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순익은 885억엔으로 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47%나 줄어들었다.향후 사업 전망 역시 그렇게 낙관적인 편은 아니다.올해 매출이 7조5500억엔으로 1% 정도 증가하고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3%와 62%씩 증가한 1000억엔과 16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하지만 금융비용과 합리화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 영업이익률은 3.5%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는 실적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합리화 조치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이미 지난 1년간 약 1700억엔을 투입해 자국 내외의 인력 9000명을 감원하고 잉여 설비를 정리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이에 따라 880억엔의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올해도 1300억엔을 들여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가전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게임 기능을 탑재한 DVD레코더인 ‘PSX’는 디지털 가전 분야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대표 상품이다.그러나 아직 판매 대수가 기대치에 밑돌고 있다.올해는 해외 영업을 강화해 판매 대수를 전년의 60만대에서 20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또 21세기 ‘워크맨’이라 자칭하는 휴대형 게임기를 연내 출시해 300만대를 판매,바람을 일으킬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니의 제품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니에게는 샤프의 액정TV처럼 성장을 견인할만한 주도 상품이 없다”며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사실 소니가 최근 1, 2년 부진을 보인 것은 급변하는 시장을 휩쓸고 있는 디지털화 바람에 늑장 대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캠코더를 제외하곤 기간 부품의 제조에서 완성품까지 모두 처리하는 ‘수직 통합형’ 사업 체제로의 전환이 늦어진 점은 소니의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벽걸이 TV의 경우 외부 조달하는 액정패널의 원가 상승으로 이익률이 아주 낮다. 구조조정을 아무리 잘 해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현재 소니는 이익의 원천인 기간 부품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IBM 등과는 고기능 반도체 ‘셀’ 분야에서,그리고 삼성전자와는 ‘액정패널’ 분야에서 합작 투자를 추진 중이다.특히 차세대 게임기와 가전에 주로 사용되는 셀은 소니 부활의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내년에나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