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전용이 가능한 미국산 하이테크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미국관리가 현지 공장을 미리 방문해 사용목적을 확인하는 시찰활동을 보장하는 방안이 지난주 미중 통상회담에서 합의됐다고 실리콘스트래티지스가 28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중수출이 엄격히 제한됐던 미국산 슈퍼컴퓨터와 반도체 생산장비 등 각종 첨단기술제품의 대중수출에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상무부의 산업보안국은 이날 미중 통상회담의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일부 하이테크 장비의 대중수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중국 당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합의조항은 미국 하이테크 기업이 일부 첨단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현지 고객사와 사용목적에 대한 시찰방문을 의무화하는 한편 원활한 시찰활동을 위한 중국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최종 사용처 확인방문에 대한 양해각서’로 명명된 이 합의조항에 대해 미국 상무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중국정부는 미국산 첨단장비의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한 미국측의 현지 방문요구를 종종 거부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당국이 사용처와 용도에 대해 미국측의 투명한 검증을 허락한다면 슈퍼컴퓨터를 비롯한 민감한 첨단장비의 수출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와싱턴을 방문한 중국의 우이(吳儀) 부총리는 도널드 에번스 상무부 장관, 로버트 졸릭 무역대표와 만나 WAPI표준과 지적재산권 보호문제 등 양국 무역현안에 대해 예상외의 유연한 태도로 합의점을 찾았다.
중국정부가 미국관리들의 자국 시찰방문을 공식적으로 보장해준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전략물자의 사용처에 대한 중국내 시찰방문이 허용돼도 지난해 1263억달러를 돌파한 미국의 대중적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 정도의 수출증대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한 통상담당 관리는 “이번 양국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리소그래피 장비, 반도체 생산장비 등 좀더 예민한 첨단제품은 바세나르협정에 의해서 여전히 대중수출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