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삼성의 `힘겨루기`

요즘 재계의 최대 관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다. 기업 총수부터 대표, 심지어 임원까지도 강철규 위원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재계의 이런 ‘기대’에 부응, 연일 정책 자료를 쏟아 내고 있다. 이번 주만 해도 금융 계열사 의결권 축소, 구조조정본부 활동 공개, 출자 총액 제한 제도 등 ‘신 재벌’ 정책을 발표해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우울한 재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재벌 계열 금융사의 의결권을 축소하면 외국인 등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아울러 이 보고서에는 삼성전자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게 오히려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투의 다소 ‘위협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전언이다.

 아마도 경제 단체를 제외하고 개별 기업 입장에서 공정위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은 삼성이 처음이다. 특히 우리 경제에서 삼성이 갖는 지위를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전체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설비 투자 규모 7조8468억원 가운데 무려 77.8%를 삼성전자가 투자했다. IT제품 수출 규모는 전체 국내 수출액의 15%에 육박한다.

 공정위와 삼성전자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다른 아닌 삼성의 이런 입지 때문이다. 물론 삼성의 입장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금융 계열사 주식이 실제 경영권 방어에 쓴 것은 거의 없고 지배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인사권 등에 주로 썼다는 공정위의 입장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강철규 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재계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오죽하면 시장은 날이 갈수록 글로벌화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우물 안 개구리’식의 정책을 남발, 기업 활동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 왔다. 원칙주의에 가까운 강 위원장의 소신은 높게 평가하지만 지금 당장 현실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 봐야 할 때다.

  <디지털산업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