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가정주부 김은영씨(가명). 김 씨는 요즘 TV와 휴대폰으로 가사일의 대부분을 ‘클릭’으로 처리한다. 디지털TV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쇼핑을 하면서 각종 생필품을 구매하고 외출시에는 휴대폰으로 집안의 각종 가전기기를 동작시켜 가사일을 ‘척척’ 처리한다. 가스를 잠궜는지, 집에 두고 온 애완견이 먹이를 제대로 먹고있는지를 2족보행 로봇의 모니터를 통해 원격으로 점검할 수 있다.
각종 서류를 발급 받으러 관공서에 갈 일도 없다. 인터넷을 통해 전자정부 민원서비스 사이트에 접속,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을 신청하면 집으로 배달된다. TV로 왠만한 질병은 원격진료를 받고 약국, 음식점 등 지역정보 검색은 기본이다.
문화생활도 맘껏 누릴 수 있다. 구하기 어려운 제3세계의 다큐멘터리를 주문형비디오(VoD)를 통해 클릭만 하면 즐길 수 있고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영상물도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말로만 듣던 첨단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제 직접 누릴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추진해온 홈네트워크 시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 지난 3월 KT 컨소시엄이 개통한 마포 현대 홈타운 30가구에 이어 29일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서울 잠원동, 방배동, 부산 민락동을 중심으로 추가 200가구의 시범 사이트를 오픈 한 것. 그동안 산·학·연이 함께 개발해온 홈네트워크 기술을 점검하고 IP멀티캐스팅·양방향 비디오(VoD) 등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취합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올해말까지 전국 주요 도시 1300여가구에 시범서비스를 제공한 뒤 내년부터 상용화하고 2007년까지는 전국 1000만가구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000만 가구면 대다수의 가정이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된다.
홈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SK텔레콤이 이날 컨소시엄이 오픈한 잠원동 롯데캐슬파크의 경우, 입주한 140여가구가 시범서비스를 신청했으나 장비 및 서비스 지원 등의 한계로 50가구만 선택이 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방배동 시범가구에 사는 한 주부와 화상통화를 시도했다. 방배동 주부는 “외출시 밖에서도 집안 상황을 점검할 수 있어 여러모로 마음이 놓인다”면서 “이같은 서비스를 보다 많이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진 장관은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홈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면서 “신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체계적으로 육성해 2007년까지 1000만가구에 확대하고 16만명의 고용도 창출하겠다”고 답했다.
민간에서의 사업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KT는 정부의 시범사업과 별도로 독자 추진중인 ‘홈엔’서비스를 부산 가야동 ‘e편한세상’에 구축, 분양을 시작한다. 망구축 장비 등을 야적해뒀던 유휴지를 활용해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 것이지만 KT의 첨단 네트워크와 디지털 홈 기술을 직접 구현해보는 새로운 시도인 것이다.
평균 분양가에 평당 15만원 정도만 더 부담하면 광케이블을 통한 초고속인터넷과 무선랜 서비스는 기본으로 제공받는다.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가스차단, 보일러 제어, 부재중 방문자 확인은 물론 홈미디어, 양방향 TV, 네트워크 게임 등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용경 사장은 “KT의 기술이 집합된 미래형 주택 모델을 만들겠다”며 “자산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정보통신과 가전, 주택, 건축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홈네트워크가 소비자들의 생활속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소비자의 생활에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더하는 다양한 서비스 모델이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야 한다. 관련 기술의 표준화도 필요하다. 오픈 소스에 기반한 통합 셋톱박스에 대한 기술적 해결도 산업계가 공동으로 풀어야할 과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