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국제표준

정확히 일주일 전 싱가포르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표준화기구(ISO) 정보보안기술분야 국제표준화회의에서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된 128비트 블록 암호알고리듬인 ‘SEED’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개발한 기술들과 함께 당당히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는 것이다.

 SEED는 2000여개에 이르는 정보통신기술협회(TTA) 표준 활용도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터넷·모바일뱅킹·스마트카드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SEED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당시 한국정보보호센터)과 국내 암호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된 게 지난 1999년이니 국제표준으로 채택되기까지 5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 국제표준 채택은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반대하는 국가를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선 일본·캐나다·싱가포르 등과는 상호협력을 통해 찬성표를 유도하는 한편, 그동안 반대 입장을 보여 온 유럽 등 반대국 대표단에 대해서는 개별적 설득작업을 통해 기권을 유도하는 등 전략적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하더라도 국제표준에 반영되지 못하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세계최고 수준의 품질관리 능력을 갖고 있는 일본의 경우 영국의 발빠른 국제표준화에 선수를 놓쳐 품질관리나 경영관리부문에서는 국제표준인 ‘ISO9000’시리즈를 따르고 있다.

 또 일본이 개발한 ‘PDC방식 휴대폰’, ‘하이비전’, ‘베타방식 비디오’ 등은 뛰어난 기술이 바탕이 돼 있지만 국제표준으로 반영되지 못해 세계 시장에 제대로 발 한 번 내딛지 못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표준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때문에 국제표준화 경쟁은 그 어느 싸움보다도 치열하다.

 하나의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올라서기까지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번 SEED의 국제표준 채택을 계기로 앞으로 제2, 제3의 국제표준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기술적·제도적 지원을 기대해 본다.

 <주문정·경제과학부 차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