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7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힌 구글은 △새로운 경매방식 △검색업계 경쟁 향방 △닷컴 부활 여부 등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글이 지난달 29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장이 실현되면 시가총액이 무려 200억∼250억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IPO 규모는 지난 2002년 7월 금융업체 CIT그룹 이후 최대로 정보기술 업계와 투자자들을 흥분시키는데 충분하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IPO방식과 이중의결 구조다. 구글은 월가의 통상적인 기업공개 방식과는 달리 온라인 경매 방식을 선택했으며, 뉴욕타임즈 등과 같은 미디어 회사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중의결 구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상장기업 구조를 채택할 경우 외부 압력으로 부터 회사 독립성을 지킬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중의결구조란 기업 공개를 통해 지분이 분산되더라도 공동 창업자의 의사결정권을 보장하는 의결 시스템을 일컫는다.
이는 경쟁이 격화되는 검색업계에서 1위를 고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구글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 압력과 상관없는 창의력 때문이란 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상장기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같은 구조 역시 바뀌면 성장력의 원천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부 압력에 대한 제동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구글은 시장 분위기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SEC에 제출한 대로 4억 5490만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야후나 마이크로스프트와의 전쟁에서 당장 밀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구글의 IPO가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인터넷, 더 나아가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부활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 때문이다. 이미 IT 업체들의 기업공개가 올들어 활기를 띠고 있는 게 좋은 예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1월∼4월동안 IT업체중 기업공개를 한 기업만 11개에 달한다. 지난해 단 한건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를 놓고 ‘기술주의 부활’ 가능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구글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