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품 유통업자들, 동작 그만!”
보안전문기업 SnF(대표 최승호 http://www.snf.re.kr)의 지적재산권위탁관리조사국 소속인 유동국 팀장(28·사진)은 매일같이 전국의 시장을 누비고 다닌다. 인형·완구·의류 등 의뢰인의 저작물에 대한 침해행위를 조사하는 것이 유 팀장의 임무. 지난해 7월부터 대표 완구업체인 손오공의 지적재산권 침해조사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재미없어요.”
유 팀장의 한마디에 탐문조사와 잠복근무, 미행조사 등 재밌는 일로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불법복제품을 유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움직이기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복근무를 합니다. 기다림의 연속이죠.”
용의자를 몰래 뒤따라가 창고위치를 알아내더라도 5일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 법적 수색권한이 없어 입출고 현황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불법제품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제야 검찰에 단속요청을 하지만 사전조사과정에서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 검찰이 허탕을 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적발과정이 고생스러워서인지 성취감은 두 배다. “개인이 억울하게 빼앗겼던 권리를 찾아주는 일”이라는 유 팀장의 말처럼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 보람이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시가 20억원이 넘는 가짜 명품가방 창고를 적발했으며 최근에는 대전의 한 물류창고에서 5억원 상당의 중국산 불법복제 완구를 찾아내기도 했다.
“많은 상인들이 아직까지도 불법복제 제품 판매를 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게 팔아서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으니 일단 팔고 보는 거죠. 하지만 남의 창조물을 마음대로 도용하는 행위는 분명히 ‘범죄’입니다.”
유 팀장은 상인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하는 인식이 아쉽다는 말을 뒤로하고 서울 시내의 한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사진=고상태기자 stkho@etnews.co.kr>
◇지적재산권 침해조사 전문가=타인의 지적재산권을 대신 보호해주는 사람이다.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불법복제품에 대해 저작권자가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등장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지적재산권리자가 될 수 있고 지적재산권 침해행위의 피해자도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지적재산권 침해조사 전문가’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