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중견 휴대폰업체인 세원텔레콤이 3일 전격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세원텔레콤(대표 김영순)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 악화로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며 “기업이 정상화할 수 있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지원을 요청키로 했다”며 법정관리 신청 배경을 밝혔다.
세원텔레콤은 지난해 전년도보다 5.7% 증가한 55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음도 불구하고 주력 시장인 중국의 과당 경쟁과 시장 침체로 1028억원의 경상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에 따른 경영난과 함께 수 년간 관계회사를 확장하면서 지분법 평가 손실이 커진 것도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된 세원텔레콤의 관계사는 맥슨텔레콤 등 10개사에 이른다.
세원텔레콤 관계자는 “관계기관에서 기업의 청산가치보다는 존속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이번 법정관리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원텔레콤은 어떤 회사?=지난 88년 설립한 세원텔레콤은 90년 후반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목받았다<표 참조>. 99년 코스닥 등록과 함께 맥슨텔레콤 등 10여개 회사에 투자, 10여개 자회사를 거느른 세원그룹으로 성장했으나, 주식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휴대폰 산업의 과당 경쟁으로 수익마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중국 편향적 매출 “위기 자초”=세원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휴대폰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세원텔레콤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세원텔레콤은 매출의 90% 가량을 중국에서 올렸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이 곧바로 긴급 수혈에 나섰지만, 적자 폭을 줄이지는 못했다.
지난해 중국 휴대폰 시장은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과당 경쟁, 쿼터제 등으로 메이저업체들조차로 고전케 했다.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국내 중견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를 냈다. 세원텔레콤은 올해초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수출 다변화를 통해 반전을 꾀했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관계사인 맥슨텔레콤의 보유 지분을 산업은행에 넘긴데 이어 모 회사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세원텔레콤 관계자는 “연초부터 자금 유동성 위기로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급금을 약속된 날짜에 정상적으로 결제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원 “조속한 경영 정상화 나설 것”=그럼에도 세원텔레콤은 법정관리를 통한 경영 정상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래서 이번 법정관리 신청도 부도 때문이 아니라 유동성 위기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회생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 봐야겠지만,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회생 방안을 모색해 볼 것”이라며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원텔레콤측도 “시장의 요구에 맞게 주력 제품을 교체됐고,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 절감 방안도 마련했다”며 “중동과 남미, 인도 등 신규 시장 개척도 계획대로 진행중”이라며 실적 회복을 자신했다.
하지만 대부분 법정관리가 공격적인 시장 개척보다는 경영 정상화에 포커스가 맞춰져 세원텔레콤의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최악의 경우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회사의 생존은 불투명해진다.
◇파장 및 전망=세원텔레콤의 법정관리 신청은 국내 휴대폰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미 맥슨텔레콤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고, 중견·중소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휴대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살생부가 나돌 정도다. 중견업체 A사와 연구개발업체 B사가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휴대폰업계가 3강이나 2강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업체는 결국 세원텔레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휴대폰업계가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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