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정부가 자국 파운드리업체 TSMC가 추진해온 중국 본토 반도체 공장 설립계획을 사상 최초로 승인함에 따라 대만 반도체업계의 대륙투자에 봇물이 터질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즈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정부는 TSMC가 총 8억9800만달러를 들여 0.25마이크론 이하 중고 반도체 생산라인을 중국 상하이로 이전하는 계획을 최종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TSMC는 첨단 300mm 웨이퍼 공장증설로 노후화된 200mm 웨이퍼 장비를 상하이 쑹장 공장으로 이전하고 올해말까지 양산체제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대만정부는 자국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대만 반도체업체의 중국 진출에 줄곧 제동을 걸어왔지만 지난 2001년 구형 반도체 생산 설비에 한해 본토 이전을 허가했다. 즉시 TSMC는 중국본토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8억9800만달러 규모의 상하이 팹설립 계획을 대만정부에 신청했고 이후 3년만에 최종적인 투자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모리스 창 TSMC회장은 대만정부의 투자승인이 발표된 직후 “중국정부의 경기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시장의 미래는 장기적으로 아주 밝다고 본다”면서 중국 반도체시장 진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또 올해 신규 설비투자를 20억달러까지 늘릴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팹공장은 비록 기술적으로 한세대 뒤떨어진 시설이고 생산규모도 TSMC 전체의 10%에 불과하지만 향후 대만 반도체업계의 중국 러시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란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이 신문은 TSMC의 상하이 공장설립을 계기로 여타 대만 D램 제조업체는 물론 패키징, 테스트 장비 등 이른바 ‘백엔드 컴퍼니’의 중국진출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 D램 제조업체 프로모스 테크놀로지가 오는 6월 대만정부에 200mm 웨이퍼 생산라인의 대중투자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다른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대만정부의 한 관리는 “TSMC가 중국에 진출한 이상 대만계 백엔드 컴퍼니들이 본토에 공장을 세우는 것도 함께 허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국 반도체시장에는 AMD와 인텔, 인피니온이 앞다퉈 수억달러 규모의 현지 투자를 감행하고 있고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도 대만 기술인력을 스카웃하며 무섭게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선택할 카드는 결국 중국내 생산시설 확보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