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많은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들이 IT아웃소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IT아웃소싱에 대한 관심은 IMF 이후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촉발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IT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그러나 IT아웃소싱을 실행키로 결정했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여러가지 기술적 이슈가 존재한다. 특히 서비스수준을 어느 정도에 맞출 것인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둘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유지할 것인가 등에 대해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이견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아웃소싱 추진과 함께 ‘서비스수준협약(SLA:Service Level Agreement)’이 주목받고 있다. SLA는 대상 서비스에 대한 정의, 서비스 수혜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해야 할 일, 평가 항목과 목표수준, 측정 방법, 보고 방법, 인센티브·페널티 부여조건, 관리 절차 등을 담은 계약서다. 말하자면, 정보시스템 수혜자와 기업의 정보시스템 서비스 제공자가 상호간 동의에 의해 일정수준의 서비스를 명시하고 이를 문서화한 것이다.
그러나 SLA에 대해서는 일정한 오해가 존재한다. SLA의 근본적인 목적을 서비스 수준에 대한 ‘향상’이 아닌 ‘통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SLA가 지향하는 것은 해당 기업 대 고객 정보시스템 서비스의 수준 향상이다.
목표 수준에 미달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 수준을 향상시키고 문제점이 있다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 고객이 느끼는 실질적인 서비스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인 데도 통제로만 여겨 가능하지도 않은 수준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또 동종 업계와의 무조건적 비교와 동일시도 문제다. 어떤 기업이 가용성이라는 측정지표를 정하고, 이에 대해 99.99%를 목표 수준으로 한다고 할 때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가. 동종 업계라 하더라도 인프라의 수준이 다를 수 있고 가용성도 애플리케이션이나 네트워크 혹은 서버 등에서 수준이 다를 수 있다. 무조건적인 일괄 적용은 무리다.
이 밖에도 SLA를 단계별로 성숙시켜 나가는 접근법도 중요하다. 당장의 지표선정과 측정 중심으로 SLA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단계별로 측정지표의 수준을 높여나가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 국내의 IT아웃소싱 SLA는 사후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는 초보적인 단계다. 미연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측정지표를 개선,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SLA를 단순한 계약서가 아닌 SLM(Service Level Management)으로 받아들임으로써 SLA를 IT아웃소싱 업체를 통제하는 툴이 아니라 모든 전산 조직에서 서비스 수준을 측정하고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웃소싱의 근본적인 목적이 서비스 수준의 향상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어떤 정부기관이나 기업이 전산자원에 대한 IT아웃소싱을 결정하고 SLA를 체결했다 하더라도 그 성과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불편과 불협화음만 초래했다면 90% 이상이 앞서 제시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IT아웃소싱과 SLA를 통해 진정 성과를 얻고자 한다면 현재의 추진방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IT운영관리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기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knam@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