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화학의 실적 비공개

LG화학이 기업설명회(IR)에서 조차 2차 전지의 1분기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등 갑작스럽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경쟁사에 필요 이상으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물론 과잉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경영진의 방침 때문이란다.

 LG화학의 이러한 논리는 연초 중국 난징의 2차 전지 투자 건에도 그대로 적용된 바 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려던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공시만 한 것이다. 이때도 LG화학 측의 변명은 경쟁사를 지나치게 자극, 과잉 설비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기업 내부 분위기라면 2분기에도 투자자들은 LG화학의 2차 전지 매출을 공식적으로 알 수 없을 뿐아니라 설익은 정보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LG화학의 이러한 IR 원칙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일례로 삼성SDI의 경우 지난 1분기 IR 자리에서 매출과 판매량을 공개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판매량 추이라면 올해 2차 전지 매출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 투자자들로 하여금 삼성SDI 2차 전지 사업 전망을 가늠케 했다.

 그렇다면 삼성SDI는 정보 누출과 과당 경쟁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느끼지 못해 2차 전지 매출을 IR에서 떳떳하게 공개했을까. 답은 ‘아니올시다’다.

 이는 LG화학이 2차 전지 사업에서 삼성SDI를 비롯한 경쟁사들에 대한 지나친 견제 심리가 불러온 과잉반응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주변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한, LG화학이 숨긴다해도 2차 전지 매출을 파악할 경로는 분명히 있다. 단지 비공개냐 공개냐의 문제일 뿐이다.

 IR는 주식 시장에서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고자 투자자를 대상으로 경영 활동 및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다. IR에서 정보 과잉유출로 기업 경쟁력에 역작용으로 작용한다면 이를 자제해야겠지만 LG화학의 2차 전지 실적 발표 비공개 원칙은 지나친 감이 있다. 공개할 것과 공개하지 말아야할 것을 분명하게 구분했으면 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