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지성 DM총괄 사장은 “9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 기업들이 특허의 양·질 면에서 해외 기업에 뒤졌으나 최근 들어 양적인 측면에서는 해외 기업을 추월하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자산들이 앞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최대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 기업의 특허 공세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은 우수한 특허를 내는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84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특허협력조약(PCT)에 가입할 당시 국제특허 출원이 10건에 불과했으나 96년 281건(세계 18위), 98년 495건(15위), 99년 855건(14위), 2000년 1573건(11위), 2001년 2314건(8위), 지난해 2942건(7위) 등으로 대폭 늘어났다. 특허협력조약을 거치지 않고 기업과 개인이 직접 해당국가에 국제특허를 출원한 것까지 포함하면 수만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해외 선진국가 및 기업들의 기술을 습득, 발전해온 국내 기업 특성상 원천 기술을 보유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웰처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김희곤 변리사는 “세계적인 기술강국인 일본도 원천 기술은 미국이나 서구에 의존한다”며 “그러나 일본은 원천특허와 맞먹는 개량특허를 등록, 개량특허로 원천특허를 포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 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에 버금가는 개량 특허를 보유하면 충분히 특허 공세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필립스LCD의 ‘사이드마운팅(side mounting)’ 기술이다. 이 기술은 LCD를 최종 외부케이스와 결합할 때 측면에서 너트를 박는 기술로 기존에 전면에서 너트를 박는 프런트 마운팅 기술에 비해 더욱 얇게 LCD모듈을 생산할 수 있어 두께가 중요한 노트북용 패널 제조에 대부분 활용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 아이디어에 그칠 수 있는 이 기술로 LG필립스LCD는 일본 선발업체들의 특허 공세를 무력화시켰으며 대만의 CPT 등 후발업체에는 특허 소송을 제기중이다.
원천 기술 확보에는 기업체가 나서야 하지만 기초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30억달러 이상의 IPO계획을 추진중인 미국의 인터넷 업체인 구글의 경우 검색엔진 기술은 스탠퍼드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았다. 스탠퍼드의 경우 1년에 이 같은 라이선스 수입으로 벌어들이는 금액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들도 스탠퍼드의 사례를 본받아 기술이전실(TLO)을 설치, 기업에 기술을 양도하거나 이전하는 사업을 지난 2000년부터 펼치고 있으나 2002년 총 44건에 5억5300만원에 그쳤다.
엔지니어들이나 연구원이 좋은 특허를 낼 수 있도록 합당한 보상체계를 갖추는 것도 특허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특허 출원시와 등록시, 국제특허 등록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보상금이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수만∼수십만원에 그치고 있다. 대기업의 한 엔지니어는 “정말 가치가 있는 특허라면 회사에 양도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특허를 등록하라는 얘기를 선후배로부터 듣는다”며 “특허 보상에 대해 회사가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2003년 미국 특허 출원 국가 순위
순 위 국가 출원건수 2002년도 순위(건수)
1 일본 45,835 1(61,259)
2 독일 14,415 2(21,657)
3 대만 10,883 3(13,761)
4 한국 7,071 6(7,757)
5 캐나다 6,073 5(7,967)
6 영국 5,913 4(9,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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