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홈쇼핑 이제 문화를 팔아야 한다.

TV홈쇼핑이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홈쇼핑 비즈니스는 황금알을 낳으면서 ‘홈쇼핑 불패’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TV홈쇼핑보다 인터넷의 인기가 높다. TV는 상품을 판매하는 방법뿐 아니라 상품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정 시청자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홈쇼핑이 어느 나라에 내놔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속옷이나 패션 방송은 한국 최고의 쇼 프로그램 수준이다. 구성의 제한이 없고 새로운 유행의 정보가 빠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쌓은 세계적인 수준의 홈쇼핑이 이제는 중국으로 간다고 한다. CJ홈쇼핑을 시작으로 이미 중국 현지에서 홈쇼핑 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다른 업체도 속속 중국 사업 계획을 확정짓고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이어 중국 시장은 새로운 TV홈쇼핑 시대를 예견하고 있다.한류로 인해 중국에서도 한국 홈쇼핑 히트 상품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히트 상품은 중국인과 문화가 비슷해 방송을 통한 설득 방법과 신뢰성만 얻으면 수익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단지 한국과 같이 ‘황금알을 낳겠는가’ 하는 점이 관심 대상이다.

 해외에 진출하는 TV홈쇼핑을 이제 단순히 상품 판매의 한 채널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상품의 문화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홈쇼핑을 유통으로만 생각하고 경영하는 경영자와 홈쇼핑을 방송과 유통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의 평가는 이미 매출에서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TV는 엔터테인먼트의 요소가 많다. 이런 문화 가치로 인해 중국이라는 시장에 도전장을 던져야 한다.

 요즘 판로가 막혀 있는 중소기업은 국내 홈쇼핑 사의 중국 시장 진출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 중소기업의 상품 판로가 중국으로 이어져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의견과 중국 상품이 역으로 홈쇼핑을 통해 다시 한국으로 수입돼 판로가 오히려 더 어려울 것이라는 다소 상반된 시각이 공존한다.

 두가지 시각 모두 홈쇼핑을 유통 판매의 가치로 제안하는 해석이다. 오히려 TV매체를 이용한 엔터테인먼트를 수출하는 문화적 가치를 생각한다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 상품과 한국 인기스타의 출연 영화, 한국 음악 등을 소개하면서 문화적인 가치를 덤으로 충족해야 한다.

 한국의 홈쇼핑 시장은 TV매체에서 인터넷과 카탈로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매출 비중도 2006년이면 점차 인터넷으로 옮겨져 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TV는 중국과 인도 등 동남아시아로 수출하고 한국은 이를 중심으로 히트 상품의 중간 허브를 형성할 것이다. 이런 계획에는 인터넷의 기술과 한류라는 우리의 무형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홈쇼핑은 한국의 상품을 알리는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 문화적인 가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PC게임, 한국을 연결하는 여행상품, 한국 문화 상품을 판매하면서 좀 더 한·중·일과 아시아가 가까워지게 만들고 한국을 알리는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국내 홈쇼핑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제 무대에 나가 상품과 문화가치를 판매하는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

 TV는 보고 느끼고 감정을 가지게 만드는 감성 네트워크다. 이 때문에 TV홈쇼핑이 상품만을 판매한다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품만을 판다는 생각으로 수익에 치중하기보다는 현지 시장에 맞는 상품 프로그램과 올바른 상품 정보와 고객을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가 중심이 돼야 한다.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한국의 이미지를 판매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국내 홈쇼핑의 중국 진출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국 소비자에게 어떻게 신뢰를 전달하느냐가 중국 홈쇼핑 사업의 성공 해법이다.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hmleepd@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