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살리기가 지금 우리의 화두다. 중국 쇼크에다 원자재난, 고유가, 실업난 등이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모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하지만 그 불은 우리가 꺼야 한다. 각자 자기 직분에 전력투구하는 것, 그게 난제를 푸는 현실적 방안이다.
여야 대표가 경제살리기에 주력하는 내용을 포함한 3대 기본 원칙과 5대 핵심과제를 담은 협약을 발표했다. 양당 대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도 다짐했다. 그간의 정치권 행태와 사뭇 달라 변혁과 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신선한 모습이었다. 정치가 경제를 발목 잡는다는 볼멘 소리가 재계에서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양당의 협약대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적 난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데 진력해야 할 마당에 이에 역행하는 소리가 들린다. 두 가지다. 하나는 최근 여권에서 나오는 개각론이고 또 하나는 정부조직통합론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가 없다. 이들 문제가 거론되면 공직사회는 일파만파의 충격에 휩싸인다. 국정 수행에 보탬이 안 된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분위기로 돌아선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 봐야 장관이 바뀌거나 조직이 통합되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개각의 발상 자체도 보기에 한심하다. 부처 장관의 업무능력이나 조직통솔에 문제가 있다면 인사권자가 판단해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그럴만한 사유가 발생했는가. 거명되는 부처의 장관은 업무의 전문성이나 개혁성, 조직 통솔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 차기 대권주자들의 경력관리용으로 특정 부처의 장관자리가 거론된다면 이는 잘못된 일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발상이다. 민의와 배치되는 일이다. 거명되는 부서장의 마음도 불편할 것이다. 감 따라고 나무 위에 올려 놓고 밑에서 흔드는 격이다. 마음놓고 감을 딸 수 없다. 이런 분위기라면 장관이 의욕을 갖고 소신대로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업무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부내 통솔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말발이 서지 않고 조직 기강도 해이해진다. 정부에 득되는 게 없다.
부처통합론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파장이 메가톤급이다. 정부조직 통합론은 어제 오늘 거론된 사안은 아니다. 역대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제시된 단골 메뉴다. 지난 1948년 정부 수립 후 작은 부분의 조직까지 무려 46차례나 개편했다고 한다. 이런 논의가 나올 때마다 관료사회는 비상이다. 본디 일을 옆으로 제쳐 놓고 조직의 생존논리 개발에 치중한다. 말 못해 저승에 간 사람 없는 것처럼 존재이유가 없는 조직은 없다. 나름의 영역과 역할이 있다.
정부 조직은 부처 간 역할이 명확하고 더 나은 정책추진을 위해 시대 흐름에 맞게 항상 개선해 나가야 한다. 불행하게도 그동안 부처 간 중복투자나 부처 이기주의가 적지 않았다. 부처의 장관은 공익을 가장해 자기 영역 외에 남의 것을 얼마나 더 빼앗아 오느냐가 유능의 잣대가 된 적도 있다. 참여정부는 “좋은 정부 구현”이 공약 사항이다. 불필요한 정부기능을 축소하고 행정 수요에 맞는 일을 하는 조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조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부동하는 조직은 독려해 더 뛰도록 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이다. 뛰는 공직사회를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장관들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과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일에 진력하도록 기를 살려줘야 할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