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경기의 호황으로 파운드리업계는 100%가 넘는 가동률로 승승장구하는데 비해 소규모 팹리스 업체들은 생산물량도 제 때 확보하지 못해 애태우는 처지에 몰렸다고 실리콘스트래티지스가 최근 보도했다.
TSMC와 UMC, 차터드 등 3대 파운드리업체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에서 모두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발표했다. 특히 싱가포르의 차터드는 3년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흑자를 기록했다. 중저급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계 SMIC와 GSMC, CSMC도 더 이상 바라기 힘들 정도의 시장환경에 힘입어 올해 지속적인 매출신장을 기대한다고 발표했다.문제는 이러한 파운드리업계의 호황이 주문자격인 팹리스업체들에게는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덩치가 작은 팹리스업체들은 대형 팹리스 업체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주문형 반도체생산에 소요되는 리드타임이 최장 6개월 이상까지 늘어나 영업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몇 주씩 파운드리업체의 생산스케줄을 기다려 반도체 물량을 확보해도 테스트와 패키징 같은 후공정에서 발목이 잡혀 제품을 제 때 납품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DVD용 칩메이커 미디어텍의 경우 오랫동안 UMC와 독점거래해왔으나 최근에는 줄어든 반도체 생산쿼터를 메꾸기 위해 다른 파운드리업체를 기웃거리고 있다.
팹리스반도체협회(FSA)의 아태지역 담당 제레미왕은 “혹독한 불황기를 견뎌낸 중소기업 입장에서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호황기인데도 물건을 납품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팹리스업계 후공정 수요를 충족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소형 팹리스업체의 구조적 어려움이 단기간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파운드리업계는 호황을 맞아 TSMC가 20억달러, UMC 21억달러, SMIC 19억달러를 설비투자에 퍼부을 예정이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업계는 지난 수년간 불황을 거치며 생산능력이 크게 줄어들어 갑작스런 수요증가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여기에 반도체업황의 상승세마저 내년에는 한풀 꺽일 것으로 보여 중소 팹리스업체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IC인사이츠의 빌 맥클린 사장은 “올해 반도체업계의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53% 증가하지만 내년도 반도체시장은 오히려 5%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유래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혜택을 모든 관련업체가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