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디지털저작권관리(DRM:Digital Right Management)’가 각광받고 있다.
DRM을 굳이 정의하면 디지털로 제공하는 리소스를 쓸 때 끊임없이 권한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디지털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재산가치를 인정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따라서 DRM엔 디지털미디어 기술과 콘텐츠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 정보 정책, 지적재산권 등이 어우러져 있다.
지난달 뉴욕 맨해튼에서 한 시장연구기관이 주최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전략 2004’ 워크숍에 다녀왔다. DRM 전략의 현주소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디지털미디어의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MPEG21기술에 대해 IBM의 미디어 관리그룹의 존 스미스 박사와 유니버설 뮤직의 바니 랩 MPEG REL 표준협회 간사가 패널 토론에 참여했다. 무선사업자와 콘텐츠제공업체(CP)들은 신규 사업에 어떻게 DRM을 적용할 것인지 제시했다. e출판 쪽에선 현 저작권을 보호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유료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섰음을 암시했다.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대해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힘없는 CP들은 보호받아야 할 지적재산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보호받지 못하기도 한다. ‘NIH(No Invention Here)’란 조크처럼 제안하고 돌아서면 어느새 남의 발명이 돼버리는 경우도 있다. 예전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회사 사이에 선을 긋는 게 의미가 없다. CP들은 아래에 있고 콘텐츠를 직접 소비자에 전달하는 통신사업자나 제조업체들은 위에 있다는 발상 역시 용납되지 않는다.
수평구조에서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만 그 빛을 발하고 오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CP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기술을 만드는 제조업체 및 학계,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법률계, 기본틀을 만드는 표준협회 등 각 분야에서 모두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법이 사회적인 배설물이던 시대도 가고 있다. 법이 앞서 나가며 마음속에서 용솟음치는 생각과 정신을 깃들인 콘텐츠를 미디어 형태의 결과물로 규정해 살아나도록 하고 생명력도 오래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디지털 권리들이 아직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콘텐츠를 어떻게든 법의 보호 아래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보호시스템으론 수신제한시스템(CAS:Conditional Access System), 복제제한시스템(CPS:Copy Protection System), 디지털권리관리시스템(DRMS:Digital Right Management System) 등이 있다.
콘텐츠가 어떤 시장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각 시스템이 제공하는 기능이 겹치기도 한다. 콘텐츠를 만들어낸 회사들의 권리보호 방법과 콘텐츠 사용자에게 주어진 가치 사이에 팽팽히 밀고 당기는 줄 다리기가 벌어질 것이다. 콘텐츠 소유자의 권리관리와 컨텐츠 사용자의 공정한 사용에 대한 연습도 필요해졌다.
권리의 효과적인 라이선싱 기회와 리스크 등의 보호 이슈에서 DRM의 역할은 두드러졌다.
DRM의 첫번째 기능은 말 그대로 관리였으나 이제 그 두번째 기능인 전략적 관리, 다시 말해 보호를 시작할 때가 됐다. 최근 미국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법률 일을 하면서 여러 사례를 접해본 결과 콘텐츠를 만드는 정성 못지 않게 보호하려는 노력이 여기저기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미국 생활 중 만난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박사는 “한국은 정말 아름다울 정도로 IT 강국”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만든 디지털콘텐츠가 아름답고 멋지다는 말도 했다.
우수한 디지털콘텐츠 제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때가 왔다고 본다. DRM기술의 효과적인 적용과 이용자의 정당한 사용을 통해 공들여 만든 디지털콘텐츠를 보호한다면 IT 강국의 참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조경화(특허청 심사관) mayjo051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