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간 상호접속료를 새로 산정하는 ‘장기증분원가방식(LRIC:Long Run Incremental Cost)’의 도입을 앞두고 정부와 사업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업자들은 당초 지난 3월께 정부가 LRIC를 적용하는 모형모델을 만들어 새 접속기준에 대해 사업자들과 협의를 거칠 것으로 기대했으나 5월이 돼도 종무소식이어서 “정부가 새 접속료 산정방식을 바탕으로 통신시장을 재편하는 뭔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사업자들은 기존 접속료 산정방식인 ‘완전배분원가형식(FDC)’과 접속요율을 바탕으로 올해 접속료 수익과 비용을 유추해 추정치로 실적 집계에 반영했다.
정부는 “LRIC 모형모델은 완료했으며 구체적인 적용방법에 대한 정부안을 곧 확정, 상반기중으로 사업자들과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고시 개정 등을 고려하면 새 접속료 기준의 반영 시기는 8, 9월께로 넘어갈 전망이다.
◇통신사업자들, “협의 왜 안하나” 볼멘소리=LRIC는 정부가 지난 2002년 말 도입 방침을 밝히던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접속료는 통신사업자들의 수익과 직결돼 개념을 도입한 90년대 초부터 해마다 분쟁의 원천이 된 데다 정부가 산정 방식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큰 결정을 내려 지속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FDC가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모든 원가를 포함한 산정방식으로 선후발업체 간, 유무선사업자 간 실질적인 원가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에 나온 LRIC에 대한 기대감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졌다.
문제는 정부가 1년반여 동안이나 ETRI, KISDI 등과 협의를 거쳐 LRIC 모형모델을 개발해 놓고도 그 적용방법을 결정하지 못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들도 접속요율이 크게 변형될까 우려하는 가운데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도 주주들이 접속료 새기준을 투자 위험 요소로 지적하자 더욱 초조해졌다.
이동전화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기대보다 진행속도를 너무 늦추면서 회사 안팎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며 “접속요율이 크게 변화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상반기중으로 끝낸다” 되풀이=정통부는 “LRIC는 분명 특정사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접속료 기준을 현실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상반기중으로 사업자들과 협의를 거쳐 큰 골격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는 데엔 또 다른 고민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LRIC를 도입한 것은 가장 효율적인 망구축 모델을 가정해 원가를 계산, 접속료 기준으로 산정하면 사업자 스스로 원가절감을 유도하고 접속료 차등시비를 방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적용할 경우 이러한 정책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의문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일부 업체가 이의를 제기한 ‘효율성’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봉합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정통부는 “접속료는 예년에도 최종 요율을 결정한 다음 소급 적용했기 때문에 8, 9월까지 마무리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접속료 산정방식에 따른 기업의 실익을 따지고 있는 사업자들과 주주에게는 끊임 없는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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