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특허가 열쇠다](4)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해야

LG전자는 최근 삼성SDI와 PDP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는 후지쯔와 PCI버스 특허 로열티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PCI버스기술은 LG전자의 자체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LG전자는 지난 92년 미국의 컴퓨터 업체인 왕컴퓨터가 파산한 뒤 자산 청산과정에서 이 기술을 매입했다.

 지난 2000년 중반, LG전자는 자사가 소유한 컴퓨터 정보전달 규격인 PCI버스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의 DTK, 에버렉스, 퀀텍스 및 대만의 FIC, 오수스텍사 등 5개 업체를 미국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사와 수억달러 상당의 로열티를 받고 서로 상대방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특허 대응의 기본은 좋은 특허를 보유하는 것이지만 꼭 자체 출원만을 통해서 얻을 필요는 없다. 때로는 이처럼 매입한 기술이 큰 효과를 내기도 한다.

 LG필립스LCD는 국내업체로는 드물게 거의 특허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물론 사이드마운팅 등 자체적으로 출원한 훌륭한 특허도 대량 보유하고 있지만 록웰콜린스, 프랑스원자력연구소 등과 특허 사용 권리 계약을 하고 특허권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사업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주요 미래 기술에 대해서 연구 초기의 원천 특허권 조기발견, 특허매입 또는 독점 라이선스 취득 등의 공격적인 특허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대우일렉트로닉스가 OLED사업을 위해 씨엘디라는 벤처업체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가 보유한 특허를 매입했으며 주성엔지니어링도 하이닉스로부터 장비 관련 특허를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유수 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상당수의 원천특허를 공동으로 출원하거나 소유권을 확보하고 있다. 자체 출원에서 더 나아가 특허매입이라는 공격적인 특허 전략도 국내업체들에 요긴한 특허 전략이 된다는 얘기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합병도 최근에는 윈윈 게임으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도시바와 CD롬 등과 같은 광스토리지 분야에서 별도의 합작사를 세워 사업을 합친 것이 그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번 합작으로 10∼20%에 달했던 로열티 부담을 줄였으며 도시바는 제조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지난 2000년 LG전자와 히타치가 HLDS라는 광스토리지 회사를 설립한 것도 같은 이유다.

 확보하고 있는 지적 재산을 세계 표준으로 등록해 로열티로 받는 노력도 필요하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중앙연구소 내에 표준 TFT를 구성하고 특허 풀 가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표준 TFT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가 무엇이고 어떤 특허가 특허 풀에 상정될 수 있는지를 상세히 검토했다. 그리고 이러한 특허를 내세워 특허 풀과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올해 초 MPEG2, MPEG4, H264 등 대부분의 멀티미디어 관련 특허 풀에 특허권자로 등록됐다. LG전자는 이러한 특허 관련 TFT만 30여개가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가 표준으로 등록되는 데는 확보 기술의 우월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우군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비록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가 타 기술에 뒤떨어지더라도 이를 지지하는 우군을 확보하면 표준기술로 등록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세계 표준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국내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