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방송의 진화과정을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마치 결혼과 이혼을 소재로 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1837년 미국의 모스가 발명한 전신부호에 의해 처음으로 시작된 전기통신은 1876년 벨이 발명한 전화기로 진화했다. 전파에 의한 무선통신은 1895년 이탈리아의 마르코니가 독일의 헤르츠가 발견한 전자기파와 프랑스의 브랑리가 발명한 검파기에 안테나와 어스를 결합해 처음으로 시작됐다. 방송도 통신과 마찬가지로 모스의 전신부호, 헤르츠와 마르코니의 무선신호에 의한 라디오 전파로 첫 탄생을 알렸다. 당시에는 방송과 통신의 개념 구분이 없었던 셈이다.
방송과 통신은 이렇게 한 몸으로 탄생했다가 1912년 미국 해군이 ‘명령을 무선으로 한꺼번에 여러 군함에 보낸다’는 의미로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개념이 분리됐다. 1936년 영국 BBC가 세계 처음으로 정규 TV방송을 시작한 이후 1960년대 컬러TV의 등장으로 방송의 파괴력은 각인됐다. 정확히 표현하면 방송이 전달하는 콘텐츠의 힘이었다. 반면 통신은 보다 많은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용이하게 전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면서 미디어로서의 영역을 넓혀왔다.
본디 한몸이었다가 분화된 방송과 통신이 1990년대 들어 디지털화에 의해 다시 융합을 시작했다. 인터넷의 발명으로 방송과 통신 서비스 개념이 일대다·다대다 양방의 영상·음성·데이터 커뮤니케이션으로 통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휴대전화와 방송이 결합한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디지털케이블TV·데이터방송 등이 바로 융합에 의한 대표적인 신규매체들이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이제 대세다. 기술의 진보와 소비자의 요구가 이를 이끌어냈다. 양측에서 보기엔 고유영역을 빼앗기는 듯한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소비자의 선택이지 양측의 주장이나 입장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든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그게 통신이든 방송이든 상관없다. 이를 직시하는 쪽만이 컨버전스시대에 살아 남을 것 같다.
<김경묵 부국장대우 IT산업부장 k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