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구글의 IPO와 창의력

90년대 IT버블 붕괴 후 최대 기업공개(IPO) 이벤트로 평가되는 구글의 IPO계획이 발표되면서 세인의 관심이 기업공개 이후 구글의 지배구조에 쏠리고 있다.

 이번 구글의 IPO계획 중 주목을 끄는 것은 ‘더치 옥션(dutch auction)’ 방식의 주식경매와 ‘이중 의결권제도(dual class voting structure)’다. 특히 이 중 의결권제도는 미국 자본주의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는 점에서 뜨거운 주제다. 구글이 제시한 ‘이중 의결권제’란 주식을 A주와 B주로 나눠 일반 주주에겐 A주를, 창업자들과 내부자들에겐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 B주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함으로써 경영자들이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보다 창의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재벌의 출자총액 한도를 넘는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정도의 개념에 익숙한 우리에겐 분명 낯설고 생소하다.

 한발 더 나아가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주주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상장 후에도 악(evil)을 행하지 않을 것이며 단기적 이해관계에 영합하는 분기별 실적 전망치를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분기별 실적과 전망치를 낱낱이 공개하는 월가의 관행이나 일반 투자자들의 정서에 배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두 창업자는 이를 IT벤처기업으로서의 창의력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다.

 구글이 이번에 발표한 일련의 IPO 매뉴얼은 월가의 일반적인 제도와 관행에 묶여 IT벤처기업으로서의 창의성이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고 IPO 진행 과정에서 엉뚱하게 투자은행들이나 기관 투자가들이 과실을 따먹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고민을 담고 있다. 구글의 IPO방침이 발표되자 여론은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가치 투자’의 대가라는 워렌 버핏은 구글의 이중 의결권제도 등에 대해 다른 기업들이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옹호하고 나섰고, 실리콘밸리의 벤처 기업가들도 벤처 기업의 창의력이 기업공개 때문에 퇴색되어서는 안된다며 구글 진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의미의 주주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영 딴판이다. 이들은 지배구조를 이원화하는 것은 주주들의 기본적인 권리에 반하는 것으로 구글이 중대한 실책을 범하고 있다고 맹비난한다. 이같은 지배구조 논쟁은 투자은행, 벤처 창업자, 벤처 캐피털, 일반 투자자 등의 이해관계들이 한데 엉켜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정작 이 시점에서 구글의 IPO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물론 구글이 단지 벤처 기업으로서의 창의력 상실을 우려해 이같은 IPO 방안을 내놓았는지 아니면 기업 지배구조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또 다른 속셈이 있는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미국 벤처 기업들이 기업 공개를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창의력’의 본질이 무엇인지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또 우리 IT업계와 벤처 기업에는 구글이 그토록 고수하려고 하는 ‘창의력’이 여전히 생동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IPO문턱은커녕 먼 발치에서 벤처의 창의력이 소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우리의 제도와 시스템은 벤처 창업자들의 의욕에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장길수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