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틸리티 컴퓨팅 도입의 전제조건

“유틸리티 컴퓨팅을 구현하기 위해 다른 기업 인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개리 블룸 베리타스 소프트웨어 회장 겸 CEO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베리타스 비전 2004’ 행사 기조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베리타스가 2년 사이 벌써 3개 업체를 인수한 터라 기조 연설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전기나 수도처럼 IT자원에 대해 사용한 만큼 돈을 지불하는 개념이다.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힘을 기울이는 것은 베리타스뿐만이 아니다. 이미 IBM, 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대형 하드웨어 기업들이 △백엔드 시스템 성능 최대화 △비용절감 등의 이유를 들어 고객(기업)들에게 유틸리티 컴퓨팅의 도입을 설득하고 있다. 오라클, 컴퓨터어쏘시에이츠(CA)와 같은 소프트웨어업체들도 베리타스와 유사한 개념의 서비스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면서 유틸리티 컴퓨팅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수요자인 기업들도 서비스수준협약(SLA)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용한 만큼 돈을 지불한다는 개념’에 대해선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유틸리티 컴퓨팅이 이처럼 각광받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획기적이라고 할 만한 IT 신기술이 아직은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경비 절감이 절체절명의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틸리티 컴퓨팅이 정말로 사용자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공급업체(벤더)들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전개하는 전략인지는 좀 더 냉철히 검토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세계는 이미 벤더들의 호들갑스런 Y2K 위협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전산시스템을 구매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베리타스 비전 2004’에서 확인한 것처럼 유틸리티 컴퓨팅 바람은 더는 막을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수요자들이 또 다시 벤더들에 유틸리티 컴퓨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 이를 충분히 검증하고, 비교 분석해야 할 때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