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법정관리의 실효성 여부가 새삼 도마위에 올랐다.
법정관리가 한계에 이른 기업을 회생시키는 유효한 수단임에도 불구,진출입 장벽이 높은 통신서비스업의 특성상 해당 사업자의 자구에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그 부담이 다른 사업자에게도 옮겨가 전 업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통신시장의 메카니즘을 감안한 새로운 법정관리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이하 EPN)는 지난 6일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 10개 유선통신사업자중 법정관리 기업이 두루넷, 온세통신에 더해 3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EPN은 자체적으로 회계법인 실사를 벌인 결과 청산가치가 953억원, 존속가치는 2875억원으로 나와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유선시장의 5.5%, KT 하나로 데이콤(파워콤 포함) 등을 제외한 후발유선사업자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이들 사업자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해 세 회사의 매출을 합치면 9000억원이며 시외 국제전화, 전용회선, 초고속인터넷서비스, IDC 등 유선사업영역 대부분을 망라했다. 두루넷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10%,온세통신의 국제전화 시장 점유율은 18%에 달하며 EPN과 온세통신의 전용회선 시장 점유율은 2%다.
문제는 이들 법정관리 사업자가 회사정리계획안에 따라 부채를 동결한 상태에서 유선시장에서 기존 사업자와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 악화가 다른 사업자에게 전이된다는 점이다.
하나로통신의 고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법정관리 사업자의 마케팅 투자로 이자부담을 안은 하나로 역시 과열경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법정관리 상태가 오래가면 유선시장 전체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온세통신은 법정관리가 시작된 지난 해 영업비용을 전년대비 760억원 늘려 사용했으며 두루넷도 광고선전비를 15억원 늘렸다.
반면 시장의 연착륙 구조조정을 위해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법정관리 기업의 처리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루넷 관계자는 "정리계획안 목표달성을 위해 가입자 유지 또는 증가에 애쓰며 회사를 무한정 존속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정리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KISDI의 한 전문가는 "매몰비용(Sunk cost)이 큰 통신사업자의 퇴출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적정한 값에 정리하도록 M&A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부실기업 처리시 채권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법원으로선 미래 시장의 성장성보다는 재무구조에 대한 판단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이라며 "통신시장의 특성상 시장의 종합적인 변화까지 고려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전문가 자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수익성악화 다른사업자에 전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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