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지존, 노키아가 패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특집기사에서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노키아는 지난 90년대 중반 모토로라를 제친 이후 휴대폰분야에서 누구의 도전도 허락하지 않는 독보적인 선두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시장의 35%를 장악한 노키아 단말기는 요즘 소비자 취향변화와 기술발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평가 속에 시장점유율과 판매가격 모두 하락세를 타고 있다.올들어 삼성전자, 소니에릭슨의 휴대폰 매출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며 약진하는데 비해 노키아는 매출은 오히려 2% 감소한 66억유로에 머물렀다.프리미엄 브랜드로 대접받던 노키아 휴대폰의 대당 평균판매가도 140달러대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노키아의 휴대폰사업 마진률은 지난해 4분기 28%에서 올해 1분기 25.6%로 감소했다.노키아의 브랜드파워가 예전같지 않음은 텃밭 유럽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유럽시장에서 노키아의 점유율은 지난해 여름보다 10% 감소한 45%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모국 핀란드에서도 일년새 93%에서 80%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핀란드 헬싱키의 한 휴대폰 판매상은 “솔직히 요즘에는 삼성전자나 소니에릭슨 단말기가 훨씬 잘 나온다.”면서 노키아의 경쟁력 부족을 꼬집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노키아는 수년내 평범한 유럽계 브랜드로 전락할 것이며 2000년대 말까지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15%, 마진율도 8∼10%까지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거인 노키아의 아성이 흔들리게 된 첫번째 이유는 고객의 취향변화에 늦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노키아는 지난 10년간 막대타입의 고유한 디자인 컨셉을 고수해왔다. 누가 봐도 노키아 제품이란 것을 한 눈에 알리려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었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고를 때 브랜드보다 튀는 스타일을 더 추구한다. 전문가들은 카메라폰과 폴더형 단말기라는 트랜드변화에 노키아가 뒤늦게 대응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라고 지적한다. 둘째는 노키아가 기업고객인 이통업체들을 위한 전용단말기 개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보다폰, T모바일 등이 자신만을 위해 일부 단말기종의 독점공급을 요구할 때도 노키아는 일언지하에 타협을 거부했고 결국 후발 경쟁사들이 이익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노키아는 차세대 단말기 개발경쟁에서도 3G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한국, 일본기업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 허치슨 왐포아 계열의 ‘쓰리’사는 노키아의 3세대 단말기가 실시간 동영상 기능이 없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고가시장에서, 소니에릭슨은 중가시장에서, 지멘스는 저가시장을 통해 노키아를 협공하는 형국이다. 다급해진 노키아는 일부 단말기 가격을 25%나 낮추는 등 가격인하로 점유율 회복에 나섰지만 수익률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휴대폰 업계 1위의 R&D투자, 군소 경쟁업체를 인수하기에 충분한 자금력을 들어 당분간 노키아가 2류 브랜드로 내려앉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노키아가 차세대 사업으로 육성하는 멀티미디어와 기업시장에서 성공한다 해도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 또한 지배적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3년 세계 휴대폰시장 점유율